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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밤의 강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18


정오 글


***


[시라부 켄지로입니다.]
“텐도는?”
[지금 안 계십니다. 일정 없는 시간대 알려드릴까요?]
“예상보다 약간 길어질 것 같다고만 전해줘.”


끊긴 전화기를 쥐고 오이카와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했던 예상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일이 간단하게 끝나지 않은 데다가 카게야마의 행동에도 영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저번에 목숨을 위협받고 난 뒤 한 달 반, 당 측에서 먼저 아오바죠사이 쪽으로 연락을 취해 왔다.


- 중앙 건물로 연락하시죠.


전화는 마츠카와가 받았다. 그의 살기 어린 낮은 목소리는 경고를 날리기에 제법 괜찮은 패였다. 우선 그가 오이카와도 이와이즈미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들의 전화에 어느 정도의 예를 표함과 동시에 그들의 떨어진 위상을 내포하고 있었다. 둘째로 중앙 건물로 연락하라는 말은, 이제 그들이 직면해야 할 것이 단순히 아오바죠사이 한 조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20일 뒤.

시라토리자와에서 날아온 봉투 안에 적힌 말이었다. 오이카와가 쯧 혀를 찼다. 그게 벌써 저번 주의 일이었으니 실제 남은 시간은 열흘 정도에 불과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몇 달 전 텐도를 아오바죠사이로 불렀던 일이 떠올랐다. 그와 혹시나를 대비하면서도 좋지 않은 상황이 오지 않기를 그토록 바랐었는데. 잠이 길게 오지 않아 새벽 일찍 일어난 오이카와가 어슴푸레하게 물든 카게야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모든 것이 붉은 시간 아래에서도 모든 것이 검은 시간 아래에서도 너를 알아볼 수 있는데, 나 말고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쩌지.

악몽을 꾸지 않는 그는 편안해 보였다. 땀이 배어 나온 탓에 축축한 앞머리를 살며시 머리 뒤로 넘겨 주었다. 인상 쓰지 말고 자, 응? 찌푸려진 미간 위를 입술로 꾹 눌러 보았다. 확률을 가지고 쓸데없는 도박을 걸었다. 네가 내게 온다, 네가 내게 오지 않는다. 네가 살아 있다, 네가 살아 있지 않다. 네가 나를 사랑한다,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지금 보니 우스운 일이었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의 답은 너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 이제 네가 이기적이라고 욕하든 뭐가 됐든 나는 하나면 된다. 너를 다시 잃지는 않는 것. 그러므로 나는 충분히 강해져야 한다. 여러 답 중 가장 이상적인 답이 내 것이 되어야 한다.


“안녕, 다녀올게.”


오전 다섯 시, 새벽이 새큰한 시각. 아오바죠사이 뒷문 앞에는 검은 차 한 대가 위치 해있었다. 저번의 전화 이후로 공식적으로 오이카와를 노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직접 운전대를 잡으려다가 굳이 마츠카와를 불렀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등장해 오이카와와 차를 한 번씩 훑어본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농담이지?”
“맛층, 출발한다?”


차 안의 공기가 왜인지 무거웠다. 오이카와도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는 듯 마츠카와의 눈치를 살피며 별다른 말은 꺼내지 않았다. 차는 침묵 속에서 삼십 분 정도를 굴러갔다.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던 마츠카와의 입술이 움직인 건 그즈음이었다.


“……누구야.”
“텐도.”
“미친 거 아니야?”


낮은 목소리가 짐승의 것처럼 그르릉거렸다. 평소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웃고 있던 오이카와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렸다. 마츠카와의 검은 삼백안이 새벽과 맞물려 더 검어 보였다. 거울 속 웃음을 잃은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토비오랑 상관없다고는 말 못 하겠어.”
“이미 센터의 사람들은 안 보인지 꽤 오래야. 특히나 네가 텐도를 보러 중앙까지 간다는 거면 이유가 너무 명확한데.”
“알아볼 게 있어. 그래서 맛층 네가 세미를 좀 만나봐 줬으면 하는데.”


과민 반응이라고 말하려던 마츠카와의 벌어진 입이 말없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의 일은 오이카와가 죽을 수도 있었을 정도로 아찔한 것이었다. 이후에 일어났던 괴상한 일들까지 포함한다면 더욱. 그래서 그는 알았다고 대답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 짓기로 마음먹었다. 오이카와가 비록 카게야마에게 마음이 잔뜩 가 있다고는 하나, 그는 아오바죠사이의 유능한 구성원이자 나무랄 데 없는 수장이었다. 그의 의심엔 분명히 이유가 있을 터였다.


“오이카와.”
“응?”
“나는 ‘우리’가 더 죽는 꼴은 못 봐. 그게 너라면 더더욱.”


한 마디 한 마디 쏘듯 하는 말에 오이카와의 얼굴 가득 완벽한 미소가 피어났다. 죽긴 누가 죽는다 그래? 나 행운의 상징인데.


“지랄하네. 그래서 카게야마도 나카무라 상한테 뺏겼냐?”
“……맛층. 유언은 그게 끝인 거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믿고 의지하는 사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없었다면 아오바죠사이는 여기까지 올라올 수 없었을 것이다. 마주친 눈동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소를 머금게 했다.


“졸-려 죽-겠네.”


텐도 사토리. 차 문을 열자마자 어디서나 눈에 띄는 빨간 머리가 손을 붕붕 흔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몇 단어들을 노랫말처럼 흥얼거리며, 대개 누구라도 인사말로 쓰지 않을 법한 말을 인사라고 건넸다.


“두 시간 정도만 혼자 연습하고 싶은데.”
“어라?”


텐도의 눈이 슬며시 가늘어지며 오이카와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었다. 평소랑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던 때에 조수석 문이 열리고 바닥에 발을 내딛는 마츠카와가 눈에 들어왔다. 그를 보자마자 빙글거리던 표정이 찰나동안 딱딱하게 굳었다 다시 되돌아온다.


“내릴 타이밍을 못 맞추겠네. 텐도.”
“마츠카와. 더 내릴 분은?”
“끝.”


아하. 그래……. 텐도가 알겠다는 듯 제 허벅지를 두 번 두드렸다. 그렇다면 오이카와는 지하로 내려갈 터였다. 여덟 시에 그쪽으로 내려갈게. 오이카와를 보내고 위로 올라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동안 텐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입가에 걸린 웃음도 사라진 뒤였다.


“세미를 좀 만나고 싶은데.”
“아직 잘걸? 한 시간 더 기다려야 해.”
“그러지 뭐.”
“장기 출장? 칫솔은 들고 왔나요?”
“젠장!”


씩씩거리는 마츠카와를 보며 격하게 웃던 텐도가 주머니에서 작은 통신기기를 꺼냈다. 1408호 하나, 오늘 밤. 그의 목소리를 듣던 마츠카와의 표정이 썩어 나갔다.


“하루는 족히 걸려.”


텐도가 구겨진 그의 얼굴을 흘낏 쳐다보며 말했다.


“……하아.”
“대련이라도 할래? 오늘 카와니시 오프.”
“괜찮지. ……일단은 세미 먼저 만나고.”


마츠카와가 텐도와 이런저런 말들을 주고받을 때쯤, 오이카와는 이미 지하 강당에 도착해 있었다. 이곳은 건물을 리모델링 하면서 중점에 뒀던 곳 중 하나였다. 일단은 세 개의 층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곳들과는 크기부터가 달랐다. 공격의 도달 범위를 알아보거나 새 능력을 개시하기에 이보다 좋은 공간은 없을 것이다. E로서 다룰 수 있는 인물들이 없다는 건 약간 흠이었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그가 연습하러 온 것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열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디 이 모든 게 제가 너무 예민했다는 결과를 낳길 바라면서도 머릿속으로 아오바죠사이 내 총기 종류를 헤아려 보았다. 그래, 만나야 할 게 일반 종류의 공격이 아니라면 이것도 소용이 없다. 이내 한숨과 함께 생각을 지워 버렸다. 녹초가 된 몸이 찬 바닥에 늘어졌다. 위로 손을 들어 올리자 과하게 돌출된 핏줄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한 시간 반. 능력이 그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걸 감안한다 해도 지치는 시간까지의 텀이 너무 짧았다. 게다가 이건 홀로 하는 연습, 텐도와 함께 실전처럼 연습한다면 또 어떻게 될지는 그도 모를 일이었다.


“오이카와, 여덟 시네.”


짝짝. 이름모를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들어온 텐도가 박수를 쳤다. 오이카와의 연습도 그를 따라 멎었다. 땀이 난 얼굴을 이미 축축해진 웃옷으로 닦아 내고 자세를 잡았다.


“응.”


대답을 듣자마자 씨익. 소름 돋을 만큼 길게 웃어낸 텐도가 그를 향해 쿵 발을 굴렀다. 그의 힘에 따라 미약한 진동이 오이카와의 몸을 타고 올라왔다. 오이카와는 텐도의 행위가 결코 힘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건 텐도가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다. 몸에 긴장이 실렸다. 마주치는 빨간 눈이 갓 흐른 피처럼 쨍했다. 그의 시선은 마치 힘이 실린 고체 같았다. 감지 않아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도 그는 개의치 않았다. 쨍그랑.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착각이 든다면, 저는 그에게 함락되는 중인 것이었다. 강당 안은 소름이 돋을 듯한 서늘함이 가득했지만 오이카와의 온몸은 물 한 동이를 쏟아붓기라도 한 것처럼 땀에 절어 있었다. 시야가 희었다. 공격엔 매가리가 없었다. 누가 봐도 지쳐 있는 모습이었으나 텐도는 그를 봐줄 생각이 없었다. 이내 한쪽이 우세한 싸움은 열두 시 반, 오이카와가 탈진해 쓰러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꼴이 그게 뭐냐?”
“얼마나 쓰러져 있었지?”
“씻고 점심 먹으란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마츠카와였다. 허. 오이카와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시야가 울렁이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순간 비틀거린 몸을 억센 손이 잡아채 친히 욕실 안까지 그를 밀어 넣어준다. 십 분 안으로 나와. 그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미지근한 물을 틀었다.


“스읍, 아프네…….”


비누 거품을 칠하자 몸이 쓰라렸다. 집중한 사이 몸에 잔 상처들이 가득 생겼던 게 분명했다. 더 문지르고 싶지 않아 다시 물을 틀어 거품을 쓸어냈다.


“옷 침대 위에. 나 먼저 밥 먹으러 간다.”


드로즈 하나만 달랑 입고 나온 오이카와에 마츠카와가 못 볼 걸 봤다는 양 인상을 찌푸렸다. 오이카와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후드티와 반바지를 껴입었다. 옷에 쓸리는 상처에 인상을 쓰는데 딱, 뭔가 머리를 치고 떨어졌다. 마츠카와의 손에서부터 날아온 조그만 연고였다.


“아직 얼굴은 멀쩡하네.”
“오이카와 씨 얼굴 건드리는 건 법도에 어긋나지, 암.”


어제 하루 동안 몇 번을 탈진해 쓰러졌는지 모르겠다. 핸드폰을 탁탁 두들기며 그를 씹는 마츠카와의 말을 능글맞게 맞받아쳤다. 오늘 오이카와는 센터에 있던 시절, 마치 현장에 나갈 때처럼 검은 옷을 입었다.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그의 얼굴 가득 피로가 쌓였다. 마츠카와가 힘을 줘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닌 척 움찔거리는 게 분명히 여기도 다쳤을 것이다. 이게 밤사이 회복되지 않은 상처들이라면 제법 깊다. 핸드폰은 옆 탁자 위에 올려 두고 이불 속에 몸을 구겨 넣었다.


“깨워라?”


창밖에서 땅거미가 야금야금 낮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잠들기엔 누가 봐도 이른 시간이지만, 마츠카와는 억지로 눈을 감았다. 심지어는 그걸로 모자랐는지 검은 안대까지 꺼내서 눈을 가린다. 오이카와의 멀어지는 발소리가 불안했다. 수행원은 아무도 없이 저만을 데려왔으니 분명 적정선을 모르고 텐도에게 덤벼들 것이었다. 말리고 싶었지만, 그는 제 친구의 반짝이는 눈빛을 차마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게 멀리 있는, 잡혀 줄지도 확실치 않은 행복이라 해도, 그는 오랜만에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아파 끙끙 앓는 것도 좋아서 헤벌쭉 웃는 것도 전부 그가 꿈처럼 고대했던 일임을 안다. 초점이 돌아온 그의 삶을 지지하지 않고 싶지 않았다. 행복은 지금까지 그를 유독 박대했었기 때문에.


“흐응, 백 퍼센트는 이미 썼는데.”
“네가 좋아하는 백 이십 퍼센트가 남았잖아?”


목을 좌우로 꺾는 소리가 우드득우드득 났다. 텐도의 눈빛이 핏빛으로 착 가라앉았다. 이번엔 처음부터 감긴 눈 아래 무수히 많은 신경들이 움직였다. 힘은 준비하기 전에 출발부터 했다. 어차피 그의 능력이 곧 그것을 따라잡을 터였으므로. 오이카와는 마치 다친 적 없는 사람인 것처럼 움직였다. 텐도가 비죽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그는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범재. 누구도 그에게 그런 말을 내뱉을 순 없었다. 그의 노력은 이미 범위부터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신경을 집중했다. 마구잡이로 던지는 공격에 오이카와도 텐도도 상처가 잔뜩이었으나 누구도 멈추자고 말하지 않았다. 한밤이 한풀 꺾인 때까지 강당의 그림자는 사그라들 줄 몰랐다. 퉤. 피 맛은 언제 봐도 기분이 나빴다. 텐도가 쓰는 공격은 외상보단 내상이 더 심한 편이었다. 속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모르겠다. 뱉은 피가 끈적해 짜증이 났다. 한정된 공격이 그를 더 약하게 만들었다. 거의 너덜너덜해진 몸의 가슴팍이 크게 움직였다. 움직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텐도가 벽에 박을 생각으로 던진 칼에 오이카와가 반응하지 않았다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것을 피하는 동시에 그를 공격하리라고 맘먹었는데, 몸의 기능이 그의 생각보다 더 떨어져 있었던 탓이었을 테다. 무른 칼날에 텐도의 강한 힘이 실려 그의 어깻죽지를 찔러 버렸다. 아……! 예상 못 한 아픔에 고통에 찬 목소리가 강당을 울렸다. 손잡이 부분이 있어 관통하지는 않았지만 날 부분이 전부 그의 어깨에 박혀 버린 상황이 되었다. 오이카와! 그를 부르는 텐도의 목소리가 들리다가 희미하다가 했다. 씨발, 진짜……. 왼손으로 눈을 가리자 곧이어 익숙한 손이 그를 부축한다.


“몇 시야?”
“입 다물어.”
“……해 뜨기 전에 돌아가야 해. 걱정할지도 몰라.”
“미친 새끼야, 헛소리할 정신은 있어?!”


그다음 말은 잇지 못했다. 오이카와의 손목을 뚫고 들어온 진통제 바늘과 통째로 부어진 소독약 때문이었다. 화끈한 고통에 그가 이를 악물었다. 통증이 천천히 사라질 즈음, 푹 하는 소리와 함께 칼이 뽑혔다. 더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노련한 의사가 실을 꿰매는 소리가 났다. 후. 생각 외의 부상에 한숨 섞인 입바람을 불었다.


“미안해, 오이카와.”
“거기서 반응한 내 탓이지 뭐. 오이카와 씨의 끈질긴 생존력을 얕보지 말라고, 텐도.”
“농담이 나와? 아주 주둥이에도 칼을 꽂아 버릴라.”
“맛층, 말투가 너무 험악해.”


나 진짜 괜찮으니까 좀 덜 바빠지면 놀러 와. 마츠카와에게 핀잔을 주며 오이카와가 죄책감 가득해 보이는 텐도의 등을 탁탁 두드렸다. 전문은 전문이었다. 센터 내의 사람들 중에서 제게 필요한 능력을 가장 잘 사용하는 건 두말없이 텐도였다. 그와 작별인사를 한 후 급하게 차에 올랐다. 붕대를 감아 놓은 어깨가 욱신거렸다.


“별로 놀랍지도 않지? 수행원은 없어, 그럼 극비사항이야. 근데 나는 데리고 가, 보는 건 텐도. 네 손으로 운전 못 할 상황 충분히 예상했을 거 아냐.”
“……머리가 왜 그렇게 좋데?”


당치도 않다는 듯 마츠카와가 한숨을 쉬었다. 밤이슬을 밟는 차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오이카와가 한 시간을 몰았던 차가 사십 분만에 아오바죠사이에 도착했다. 밤이라 하기에도 새벽이라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었다. 마츠카와에게 잔소리를 몇 번 더 들은 뒤에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그제서야 피곤함이 몰려 왔다. 문을 열고, 카게야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을 때까지도 이런 상황은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농담으로라도 아물었다 말 못 할 상처가 결국 다시 터져 버렸다. 제 피로 붉게 물든 카게야마의 손을 보며 오이카와는 뭐라고 지칭할 수 없는 아찔함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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