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오이카게] 밤의 강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17


​​R-15 약수위에 주의하세요


정오 글


***


움직임은 능숙했다. 과거의 서툴렀던 시절과는 많은 게 변해 있었다. 불완전한 상태에서는 가진 게 많을수록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그는 그가 가져야 할 완전함의 중심이었다.

입술을 여는 건 도리어 카게야마였다. 생각을 입 밖으로 내어 사실로 못 박는 순간, 겁이 났다. 오이카와는 그를 ‘아무튼 모든 것들’에게서 겁먹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하나, 지금은 시작과는 다르게 미적거리기만 하는 혀가 그를 불퉁하게 할 뿐이었다.


“오이카와 상.”


겁이 난다. 그에게 흔들리다가 언제 그를 다시 사랑해버릴지 모른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겠지만, 상대는 오이카와 토오루이기 때문에. 카게야마가 얼떨떨한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


“충고 하나 해드릴까요?”
“토비오 쨩이 오이카와 씨한테요?”
“……그래서 우리 키스는 언제 시작합니까?”


그건 카게야마가 만난 오이카와의 가장 무서운 표정이었다. 닫을 생각도 없던 입술을 가르고 복숭아 맛 혀가 자리를 차지했다. 인사하듯 카게야마의 치아를 가볍게 두드리다 금세 혀를 옭아맸다. 능숙해서 짜증이 났고, 미쳤다고 생각했다. 몸이 뜨거워도 오이카와의 혀는 싫지 않았다. 허리에 감겼던 팔이 등을 타고 목까지 올라왔다. 그의 손이 타고 올라오는 곳마다 이상하게 피어난 소름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떨어져 있던 손을 들어 그의 목을 잡아당겼다. 바싹 긴장하는 몸에 기분이 들떴다. 잘게 쪼개져 많은 걸 느낄 수 있다던 입술 감각은 뜨겁게 뭉뚱그려져 그저 비벼지는 입술이 좋다는 것 하나만을 알아채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숨을 고르는 순간도 아쉬웠다. 풀린 눈 두 개가 맞부딪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을 감고 입술을 찾았다. 서늘한 기온을 따라 서늘해졌던 입술에 다시 열기가 옮겨붙었다. 감탄사를 달큰하게 삼켜내며 목을 당기던 손이 머리카락에 당도했다.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온 큰 손에 몸의 감각들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양 뺨을 쥐고 더 강하게 그를 당겼다. 상체가 맞붙고 하체가 맞붙는 틈 없는 공간 사이에 열이 가득했다. 알콜 냄새 가득한 숨마저도 달다는 생각이 들었다. 뺨을 쥔 오이카와의 손에 힘이 빠졌다. 입술이 떨어지자, 꾹 감았던 눈이 파르르 진동했다.


“이건 몰랐는데.”


복면의 끈이 끊기며 난 상처였다. 상처를 문지르는 손이 이렇게 묘한 느낌을 줄 줄은 몰랐다. 그의 목소리는 감정에 억눌려 어딘가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빛이 꿀처럼 뚝뚝 떨어졌다. 조금 뜨거운 꿀이라는 게 흠 아닌 흠이었지만.


“다치지 말라는 말은,”
“…….”
“일부러 안 했단 말이야,”
“좀…….”
“응? 바보 토비오 쨩.”
“아으…….”


다친 볼 여기저기 입맞춤 소리가 났다. 부끄러워서 죽고 싶었다. 그의 입술이 뜨겁고 말랑했다. 그가 제 볼에 입 맞출 때마다 머릿속에선 폭죽이 하나씩 터지고 있었다. 터지는 폭죽을 따라 정신도 함께 날아가는 것 같았다.

술을 마셔서 그렇다.

다시 오이카와의 입술을 찾아 물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처음으로 봄을 만난 눈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는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째서 흔들린다는 것의 결과가 진한 키스가 된 건지는 이제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생각, 이성, 사고 셋 중 카게야마는 지금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것 같았다. 헉, 헉……. 묵직한 무게가 어깨로 느껴졌다. 거친 숨을 고르는 소리는 귀에 직격탄이 되어 날아왔다.


“…….”
“…….”


열이 아래로 몰렸다. 채 가릴 틈도 없이 오이카와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도와줄까. 물음표라곤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뭘…… 말입니까? 카게야마에게선 생각지도 못한 답이 튀어나왔다. 아 정말, 오이카와는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시야가 아찔해졌다.


“혼자 안 해?”
“네?”
“나카무라랑도 키스해 봤을 거 아냐. 그때 안 섰어?”
“……참견하실 일이 아닙니다.”


미칠 것 같아. 오이카와가 읊조리듯 내뱉은 말에 카게야마의 손이 더 바빠졌다. 허둥지둥 맘처럼 되지 않는지 찡그린 미간이, 녹여 마시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싫으면, 얘기해.”


토비오, 어디가 더 두렵니? 밖이 두렵니, 내가 두렵니? 아니라면 어디를 더 바라보고 싶니. 나를? 또는 그를?

카게야마는 있는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딸칵.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겠다. 카게야마가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다 드로즈가 내려가자 눈을 꾹 감았다. 같은 시간에, 갑자기 마주한 찬 공기 탓인지 그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를 눈치챈 오이카와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카게야마의 어깨에 걸쳐 주었다. 툭. 그리고는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여러 감정이 드는지 감아버린 눈은 사랑스러웠지만 그를 더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러면 괜찮지?”


그의 옷에서는 섬유 유연제 냄새와 싸한 알코올 냄새가 났다. 거의 날아가기 직전의 향수 냄새도 옅게나마 나는 것 같았다. 카게야마는 대답 없이 오이카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땀 냄새날 것 같은데…… 웅얼거리는 조그만 목소리에 귓가로 시원한 웃음이 터졌다. 아…… 도무지 모르겠다, 토비오. 술 얼마나 마신 거야? 복숭아 냄새밖에 안 나는데.


“으…….”


갑자기 느껴진 자극에 목소리가 샜다. 오이카와의 차가운 손이 이보다 더 자극적으로 느껴진 적은 없었다. 맹세코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이미 평생 느낀 것 중 가장 좋은 기분이 들고 있음에도 뭔가가 아쉬웠다. 뇌가 녹고 있는 것 같았다. 이상한 사정감이 몸에 휘몰아쳤다. 몸 한쪽으로 열이 모였다. 무언가로 인해 성기가 질척해졌다. 숨이 가빠왔다. 몸이 잘게 진동하고 있었다. 헐떡이는 숨은 이미 수치스럽지 않은지 오래였다.


“저, 이거 이상해요, 아, 이상해…….”
“내 손에 해도 돼. 해.”
“아으…… 오이카와 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카게야마의 숨소리는 점차 커지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눈을 잠깐 질끈 감았다.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아래가 반응할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오늘은 그냥 카게야마에게 좋은 경험만을 심어 주고 싶었다. 욕심내 쓸어본 아랫배와 허벅지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슬쩍 참지 못하고 입으로 뱉은 숨이 어그러진 걸 보면 입술을 깨물고 소리를 참고 있는 것이리라. 그가 내는 소리라면 무엇이든 듣고 싶었지만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다.


“아……, 윽!”


찰박거리는 소리가 선정적이었다. 쌀 것 같아, 쌀 것 같아. 머리는 외설적인 한 문장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오이카와의 어깨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건 이 말로밖엔 표현할 거리가 없었다. 거칠어진 숨을 천천히 골랐다. 차가운 반대편 손이 그의 허벅지와 아랫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꼭대기까지 올라갔던 느낌과 평소의 느낌 사이의 괴리를 없애주기 위한 행위였다. 몸이 노곤했다. 어리광을 피우듯 오이카와에게 무게를 실어 몸을 기댔다. 그가 별말 없이 몸에 힘을 주는 게 느껴졌다. 흐물거리는 오징어가 된 기분이었다. 또는 뜨거운 온돌방에 있다가 살짝 연 문에, 찬바람을 맞는 기분이라든가. 좋다. 자위라고 부르긴 뭣했지만, 이 행위는 확실히 좋았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카게야마는 드디어 제가 어디다 사정을 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화들짝 놀라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내가 하라고 했잖아. 괜찮아.”


잠깐만. 카게야마를 난간에 기대게 하고 오이카와가 나무 쪽으로 걸어가 수도꼭지를 돌렸다. 잠시 물이 나오는 소리와 손을 씻는 소리만이 옥상을 울렸다. 카게야마의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 터질 것 같은 빛깔이었다.


“그대로 입으면 옷 다 젖을 것 같은데.”


속옷하고 바지 대충 올리고 내 옷 여며. 다정한 음성이 솜사탕처럼 달았다. 카게야마가 속옷과 바지를 허벅지 어딘가까지 끌어올리고 조심조심 오이카와의 코트 단추를 잠글 때까지 그는 저 너머 반짝이는 도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눈길을 주지 않은 것이었다. 섬세하고 다정한 배려에는 누구라도 가슴이 내려앉지 않을까.


“오이카와 씨였으니까 당연히 그랬겠지만 토비오 쨩, 좋았어?”
“……그, 오늘 한 건 말입니다. 오이카와 상.”
“무슨 말 할지 전부 보이네요.”


그러니까 그만. 우리는 특별한 사이가 아니고, 오늘은 홧김에 저질러진 일일 뿐이란 거 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밤 새겠다. 내려갈까?”
“네.”


올랐던 계단을 다시 내려가, 이젠 눈 감고도 구조를 읊을 수 있는 오이카와의 방으로 들어갔다. 샤워는 카게야마가 먼저였다. 머리를 감고, 몸에 바디워시를 슥슥 바르며 꿈같았던 일을 회상했다. 흔들린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두꺼워진 잠옷을 주워 입고 침대에 주섬주섬 들어가는 순간까지 그는 의문투성이였다. 생각엔 끝이 없었다. 여전히 남은 술기운이 그마저도 어렵게 만든다는 게 아이러니였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말 못 했는데, 오늘 반응 대단하더라.”
“더 잘할 수 있었습니다.”


푸스스, 오이카와가 잠 섞인 웃음을 흘려보냈다. 카게야마는 볼의 상처가 못내 아쉬운 듯했다. 정확히는 볼에 상처를 만들 순간을 허용했다는 것이.

그 순간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나카무라가 떠올랐다. 토비오, 그는 처음부터 제 이름을 불렀었다. 그게 꼭 오이카와 같아서 신경이 쓰였던 게 시작이었다. 그는 자타공인하는 A였으나 전체 포지션에 능했다. 그가 가르쳐주는 기술은 센터에서는 다루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 이었다. 최고가 되고 싶으면 남들과는 달라야지? 그는 하는 말조차도 오이카와 같았다. 오이카와보다 더 활활 타오르는 빛깔의 눈동자와 그 반면 고동색에 가까웠던 머리카락, 창백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흰 피부를 기억했다. 그는 특히나 공격적 플레이를 사용한 정신 지배에 강했다. A이면서 오히려 E인 카게야마에게 그것을 가르쳐 줄 정도였으니.

그가 사용하던 것. 머릿속에서 복잡한 것을 털어내듯 숨을 길게 내쉬고 눈을 감아 보았다. 눈꺼풀이 무거운 건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오이카와는 왜 하필 그 순간에 카게야마가 정신을 사용했는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눈치가 빠른 그조차 유추하지 못할 정도면 그 행동은 얼마나 갑작스러웠던 것인지.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의 생각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면서도.


“내일은 새벽 일찍 나갈 거야.”
“네……”
“……잘 자.”


오이카와의 말이 들릴 때마다 억지로 눈꺼풀을 끌어올리던 카게야마는 곧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잠에 빠져들었다. 오이카와의 예상대로 오늘의 악몽은 그를 찾아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시간이 간다는 걸 느끼지 못한 밤이었다.


눈을 뜨니 어제 그의 말대로 오이카와는 자리에 없었다. 몸은 아침인 것치고 가뿐했다. 자면서 땀을 흘린 듯 찝찝한 기분에 뜨거운 물 몇 번을 뒤집어쓰고 욕실을 나갔다. 겨울이 되기 전 마지막 공기를 뜨거운 물로 씻어내기가 싫었다. 어제의 서늘했던 온도가 지워진다는 건 묘한 아쉬움을 남겼다. 아침은 창문을 열고 바깥바람을 맞으며 먹었다. 점심은 의미 없는 영화 한 편을 보며 먹었다. 저녁은 고민하다 달이 하늘 중앙에 오르고 나서야 언젠가 오이카와와 함께 갔었던 조그만 부엌으로 향했다. 하이라이스가 있던 냄비와 똑같은 냄비 안에 짜장이 가득했다. 덥힐 생각도 없이 밥솥 안에 겨우 들어 있던 밥을 퍼 비벼 먹었다. 온도는 애매해, 미지근했다.


“카게야마……?”
“아.”


찾는 사람은 오이카와 뿐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쿠니미였다. 안녕, 인사하기에도, 여기는 웬일이야, 말하기에도 어색한 사이. 감탄사 아닌 감탄사를 남기며 카게야마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오이카와 상은 오늘 안 들어와.”
“아…….”
“언제쯤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내일은 들어오지 않을까 싶네. 걱정하지 말고 자.”
“…….”
“짜장 냉장고에 넣어놓으라는 부탁 받고 온 거야.”


뭐, 그럴 필요는 없어졌지만. 쿠니미는 그 말을 하며 눈썹을 으쓱했다. 원래는 필요 없는 말은 안 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은데 묻지도 않은 말에 잘도 답했다. 성격이 변했나 생각하던 찰나에 쿠니미의 말이 굴러떨어졌다.


“혹시 여기서 너 만나면 말하래서.”


누가 시킨 말이었는지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거기까지 말하고 뒤돌아선 쿠니미에 우물쭈물하던 카게야마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저, 쿠니미.”
“더 할 말 있어?”
“……고마워.”


뜻밖의 말을 들었다는 듯 쿠니미가 입술을 잠깐 내밀었다. 어차피 그 사람이 시킨 거라니까. 구태여 몇 마디를 더 붙여 준 뒤 다시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 카게야마는 짜장을 한 숟갈 크게 퍼 입안에 집어넣었다. 어쩐지 마음이 후련했다.

열두 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잠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낮 내내 보던 소설책의 마지막 장을 펼치기로 했다. 제목은 「기약 없는 기다림」. 그 상투적인 단어의 조합들을 카게야마는 꽤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는 이왕이면 기약이 있는 게 좋았다. 제목의 ‘없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쓸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았다. ……사실은 기다림에 쥐약이었다. 웃음이 나길래 피식 웃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잠들고 말았다. 밤새 악몽에 시달리다 겨우 눈을 뜬 아침, 카게야마가 저릿한 허리에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어제 앉아 잠든 그대로 깬 것이었다. 거울 속 얼굴의 눈 아래가 퀭하니 어두웠다. 아침은 건너뛰기로 했다. 어제 남겨둔 소설을 읽고, 예전에 오이카와가 줬던 자료들을 몇 번 뒤적였다. 유난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심심할 때면 귀에 꽂았던 인이어에서도 아무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 적막이 유난스러웠다.


“자자.”


밤이 마음에 들었다. 해가 떨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카게야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잠을 청했다. 어젯밤이 길었던 탓인지 잠은 금세 그를 찾아왔다. 일단은 악몽을 꾸지 않았다. 뒤척거리며 잠을 자던 도중 코로 바깥 냄새가 스며들었다. 낯선 바람 냄새를 묻혀 오는 존재는 낯설지 않았다. 제가 깰까 싶어 살살 머리를 쓰담는 손을 느끼며 억지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한밤에, 거무스름한 형태만 겨우 보일 뿐이겠지만.


“내가 깨웠어?”
“아닙니다.”


그는 그였다. 눈을 뜬 걸 어떻게 알았는지 작은 목소리로 속살거렸다. 카게야마가 전혀 잠들지 않았다는 것처럼 멀쩡한 음을 내려고 노력하며 대답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잠이 듬뿍 묻은 목소리였는지 오이카와가 웃는 게 느껴졌다. 카게야마는 잠기운이 떨쳐 지지 않아 헤롱거리는 중이었다. ……늦었는데 그냥 주무세요. 그가 계속 서 있는 오이카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 잠깐, 내가 할게. 답지 않게 당황한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씻고 오신 것 같은데 굳이 또 씻으시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그의 날갯죽지 부분을 더듬어 잡아당긴 순간, 카게야마는 오던 잠이 전부 달아나는 걸 느껴야만 했다. 달칵. 급박한 그의 손에 희미한 불이 켜졌다.


“이게…… 뭡니까?”


못 보던 붕대가 감긴 상체의 날갯죽지 부근에서는 카게야마의 손이 축축해질 정도로 많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6/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