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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밤의 강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15


정오 글


***


꿈을 꾼다. 시야는 점멸되고 매화 향기가 코에 스민다. 그건 그가 어둠 안에 갇혔다 간신히 탈출했을 때 만난 첫 번째 꽃향기였다. 추운 공기에 낯을 가린 피부가 설게 얼어붙었다. 뺨은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집 앞에 핀 매화가 꽃봉우리를 채 틔우기도 전에 센터로 들어갔었다. 얼어붙었던 계절이 이제야 흘러가고 있었다, 그의 인생에 거의 10년이라는 공백을 두고서. 믿기지 않았다. 자유였다. 너덜너덜해진 몸과 시려 오는 공기도 무언가 끝이 나기는 했다는 기분에 묻혀 참을 만 해졌다. 아, 아. 아무 방해 없이 나오는 목소리가 이질적이었다. 왈칵 터진 눈물에 터 있었던 뺨이 화끈거렸다. 잃은 것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은 항상 그래왔었다.

장면이 바뀐다. 그가 눈을 감았다. 감기지 않아서, 이제 악몽인가보다 생각했다. 죽었을 게 분명한 기억 속의 모든 이들이 그의 눈 앞으로 걸어나왔다. 팔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힘을 줘도 소용없었다. 칼과 총이 손에 들려 있기도 했고, 맨주먹이 내질러지기도 제멋대로 능력이 뿜어져 나가기도 했다. 기실 그게 무엇이었냐는 중요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건 진짜 그는 아무 행동도 취하고 싶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죽을 때까지 가해지는 폭력이었다. 눈 앞의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피눈물을 흘리며 그를 저주했다. 너 때문이야! 심장이 덜컹거려서 곧 떨어질 것만 같았다. 섬칫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시신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의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그들이 죽어가며 느꼈을 고통이 뇌리를 꿰뚫고 들어왔다. 알 수 없는 노랫말들이 죽은 이들의 입으로 흘러 나왔다. 그들의 눈은 번뜩 뜨여지고 팔다리는 괴상하게 구부러졌다. 이내 놀란 표정의 그를 향해 빠르게 기어왔다. 그의 턱이 경련했다. 도망치고 싶지만 다리는 굳은 듯 그 자리에 붙어 있었다. 그는 정체가 확실한 두려움에 온 밤을 갖다 바쳐야 했다. 등을 두드리는 따스한 손을 느끼고 부드러운 살 냄새가 코끝을 맴돌 때까지.


“토비오. 토비오.”


깨어나 이곳을 바라보라는 것처럼 듬뿍 다정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잠겨서 마구 긁히는 목소리에 그는 지금이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괜찮아. 이리로 와.”
“……,”
“……내가 갈게. 괜찮아.”


울컥 올라오는 눈물을 아닌 척 감춰 보았다. 저만 있었으면 살 수 있었을 사람들이다. 잊으려 할수록 머리에 각인되기만 하는 문장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등을 토닥거리던 손에 숨이 고르게 쉬어질 때까지 그를 달래는 그의 음성이 끊이질 않았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이마에서 떼어주는 손길이 다정했다. 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오이카와 상. 당신도 악몽을 꿨겠지. 그러니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나를 달랠 수 있는 거겠지.


“……,”
“말 안 해도 돼. 괜찮아.”
“…….”


정신이 아프니 문득 궁금해진다. 당신이 악몽을 꿨을 땐 괜찮다고 달래 줄 사람이 있었을까?


“우유라도 마실래?”
“……괜찮습니다.”


며칠을 연달아 악몽과 함께했다.

죽어버린 이들이 자꾸만 꿈에 나오는 것 같았다.

카게야마의 잠꼬대를 매일 밤 듣던 오이카와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사실 평균적으로 그랬다는 거지, 심한 날은 갇혔던 기억까지 끄집어내 몸을 덜덜 떨며 깨기 일쑤였다. 카게야마는 그의 생각보다 더 동요하고 있었다. 잠들기 싫어 끝끝내 감기지 않던 붉어진 눈들을 기억한다. 멍하니 책을 읽거나 창밖을 바라보거나 능력으로 컵을 몇 번 들어 올리는 일. 어떻게든 몸을 혹사시켜서 단잠을 지고 싶은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카게야마는 차마 아오바죠사이 문 밖으로 나가겠다는 말을 할 수 없다. 오이카와가 우유가 찰랑거리는 컵을 콘솔 위에 올려놓았다. 이내 그의 무게로 인해 카게야마의 옆자리가 잠깐 일렁였다.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좀…… 지쳤으면 좋겠습니다.”


악몽을 꿉니다. ……그만 꾸고 싶어요. 말하는 카게야마의 얼굴은 딱딱하게 구겨져 있었다. 너무 끔찍한 꿈을 이제 그만 꾸고 싶다는 말은 오랜 고민 끝에 흘러 나왔다. 죄책감에,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 짙푸른 눈동자가 바닥 저 너머를 더듬거렸다. 가슴이 턱 막혔다. 내가 뭐라고 너를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게 만든 걸까.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두 손 위에 제 손을 겹쳤다. 핏기가 가신 손끝이 아주 오랜만에 제 것보다 차가워져 있었다. 아래로 우수수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한참 바라보았다. 토비오, 너의 푸르름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할 수만 있다면. 그 잠깐이라도 네가 누구인지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할 수만 있다면.

오이카와의 입술은 카게야마의 손이 저와 비슷한 온도가 됐을 때에야 열릴 수 있었다. 깜, 빡. 그의 손에서 방의 불이 꺼졌다 다시 켜진다. 카게야마는 검어졌다 다시 파래졌다. 오이카와는 몸 아래로 끓는 피를 느낄 수 있었다. 딱히 부정할 생각도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의 귀감이었다. 오이카와가 땀이 약간 스민 손으로 다시 불을 껐다.


“토비오.”
“네.”
“내 손 좀 잡아봐. 어때? 나인 것 같아?”


긴 손가락이 조심스레 오이카와의 손바닥을 더듬었다. 굳은살이 박힌 흔적을, 칼에 베인 흉터를 머리에 담아 넣었다. 그는 더 이상 어렸던 소년이 아니었다.


“이렇게 깜깜한 밤에도 내 손을 잡고 나인 걸 알아챌 수 있어?”
“음.”
“됐어. 솔직한 거지. 오이카와 씨처럼 어떤 멍청이를 십몇 년 동안 사랑해오지 않으면 어렵다는 거네, 그렇지?”
“……멍청이 아닙니다!”
“하여간 분위기라는 게 없어요, 토비오.”


오이카와의 손바닥이 카게야마의 허벅지를 슬쩍 스치고 지나갔다. 긴장한 듯 딱딱하게 굳는 몸에 미적지근한 웃음이 흘렀다.


“무슨 생각 하는지는 알겠지만 토비오,”
“오, 오이카와 상!”


제 체온을 되찾은 손바닥이 오이카와의 허벅지에 안착했다. 놀리지 마세요. 불퉁한 목소리가 그나마 평소의 카게야마 같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뜻밖의 수확이다. 아쉬운 감은 없지 않아 있더라도.


“복면 아직 있나?”
“…….”
“형상화도 몸놀림도 예전 같을까?”
“……더,”
“어둠 속에서, 네가 우리 문을 썰던 그날만큼. 할 수 있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오이카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카게야마의 몸이 점점 더 그에게로 바싹 붙어왔다. 그의 말이 안 들릴 리 없는데도, 아주 작은 소리를 듣는 사람처럼. 확실하고 조급하게 대답하는 목소리가 확신에 차 또렷하다. 카게야마는 조급했지만 성급하지 않았다. 그의 실력은 당연했다. 몸을 사릴 것도 없이 욕망에 일렁거리는 눈동자가 검었다. 오이카와는 뒷덜미가 쭈뼛 서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당장 내일 밤. 괜찮을까?”
“오늘 밤도 가능합니다.”
“……뭐가.”
“오이카와 상.”


젠장.

오이카와가 미간을 좁혔다. 헛소리를 했다. 명백한 섹스어필에, 무뚝뚝한 그에게서 빠져나온 제 이름이 구름보다 보드랍다. 그러고 보니 밀착한 몸이라거나 뜨겁게 닿아서 점점 안으로 움직이는 손바닥이라거나. 전부 다가…….


“잠깐만, 그러니까! 그래, 내일 밤. 내일 밤으로 해.”
“…….”
“구경꾼도 잔뜩 불러줄게.”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카게야마의 숨결이 볼을 간지럽혔다. 오이카와의 이가 낮게 갈렸다. 의미를 모른 채 멀뚱멀뚱 그를 쳐다보던 눈빛이 야속해질 무렵이었다. 손이 닿은 위치를 의식하곤 손을 거두려던 카게야마의 행동이 전부 멎는다. 실수로 닿은 부분이 뜨거웠다. 너무 놀라 떨어지지도 않는 손에, 뜨거운 부분이 차곡차곡 크기를 덧댄다.


“……움직이지 말고 그냥 위로 치워줄래, 그 손.”
“아, 이게……”


머쓱하게 거둬들인 손은 실수라고 하기에도 눈물겨운 실수를 남긴다. 손이 닿아 있던 부분을 거의 쓰다듬고 올라온 꼴이 돼버린 거였다.


“넌 정말……”


벙긋벙긋, 할 말이 있어 보이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어정쩡하게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 뒷모습을 카게야마가 애써 무시했다. 감정 덩어리에 목이 멨다. 의도치 않게 마주한 것은 올곧은 애정과 솔직한 욕망이었다. 그가 앉아있던 자리를 눈길로 쓸어 보았다. 잠이 내려앉는 탓인지 눈꺼풀이 묵직했다. 그것을 어제나 그제의 밤처럼 굳이 다시 위로 떠올릴 필요는 없었다. 잠이 오면 악몽이 그를 찾아들겠지만, 그런 그를 오이카와가 다시 찾아들 것이기 때문에. 손바닥을 하늘로 올려 힘을 준 채 집중하자 검푸른 덩어리가 형상을 드러냈다. 단단해지기 직전의 흐물거리는 덩어리를 손으로 휘휘 젓고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렸다. 코로 깊게 들이마시면 느껴지는 오이카와의 체취를 무시하려 하지 않고서 눈을 감았다.


아침이 지나 점심이 밝을 때까지 카게야마의 잠은 계속됐다. 그는 여전히 악몽에 신음했고 숨을 헐떡이며 깨어나곤 했지만, 그때마다 가슴팍을 도닥여 오는 다정한 손길에 몇 번쯤은 기적처럼 슬며시 다시 눈을 감기도 했다. 제 것보다 살짝 낮은 체온이 겹쳐진 몸 아래 따스했다. 카게야마가 얕게 헐떡이는 잠을 떨쳐 낸 건 늦은 점심이 돼서였다. 그는 몽롱한 눈동자를 하고선 불을 켜지도 않은 채로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단단한 형상이 눈앞에 그려졌다. 챙그랑. 동시에 바닥으로 미련 없이 물체를 내다 던졌다.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손을 휘저으면 언제 그곳에 떨어져 있었냐는 듯 물체는 사라지고 없다. 찌릿거리는 감각이 손 아래 가득했다. 이내 입술을 깨물고 정신을 머릿속에 집중했다. 그가 다시 손을 뻗자 콘솔 위의 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카게야마의 이가 노을 아래 반짝거린 건 그로부터 두 시간여가 지난 뒤였다.


“상대는 우리 애들이야.”
“저 하나 대 전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응. E 한 명, A 두 명, M 두 명. 중견 거래 건엔 한 팀으로 내보내기도 하는 실력이야. 물론 그것만 있으면 재미가 없지. 천장에서 공격도 쏟아질 거야.”


형상화가 가능하다. 카게야마의 밤색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분명 저와 같은 눈동자인데 어둡기만 한 실내에서 어떻게 빛을 잃지 않는 건지. 누구의 것인지 모를 가슴이 벅차올랐다. 오이카와가 발끝에 힘을 줬다. 달은 밤의 눈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제 눈앞에는 하나뿐인 밤이 있었다. 두 개의 달을 가진 그의 세상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세상 그 누구라도 탐낼 만한 빛이다. 사랑하는 그것을 눈으로나마 잔뜩 담아 두기로 한다.

토비오. 너는 내 광원이야. 네가 없는 세상이 내게 무슨 의미라도 있긴 할까.


“너 같은 E가 있는 곳이 있어. 우리랑 교류는 전무하고, 지역도 멀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야.”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나 하나를 위해 당신이 감수해야 할 위험이. 생략된 뒷말을 그는 눈치챘을까 눈치채지 못했을까.


“괜찮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는 건 이미 모조리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몸에 익혀 버린 부분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가벼운 버릇이라든지 환하게 접히는 눈꼬리 같은 것들. 그러나 그가 알고 있던 것들을 기억을 더듬어 찾아내고 있음을 인지하고 나니 머리가 아찔해진다. 애초에 이곳에 온 목표는 하나였는데 그건 날이 지날수록 자꾸 흐릿해지기만 했다. 무언가가 그를 방해하고 있었다. 그건,

하루가 지나 검은 복면을 집어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맥이 손바닥에서 뛰고 있었다.


“떨려?”
“안 그런 적은 없었어요.”
“무서워?”
“지금은 아닙니다.”


문득 훅 오이카와의 체취가 코를 치고 들어왔다. 그의 옷이 구겨지는 소리와 가볍지 않은 무게의 향수에 신경이 흐트러졌다. 줄이 꼬여서. 오이카와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하지만, 판도가 어긋난다는 느낌이 피부로 와닿은 참이었다.


“들키지 마.”


빙그르르 돌려세우면 반짝이는 거울에 그의 모습이 가득 찬다. 밤이 되면 누구도 알아볼 수 없을 머리카락이 복면 위로 흐드러졌다. 그를 샅샅이 훑으며 굴러가던 홍차색 눈동자가 거울 안에서 푸른 눈동자와 마주쳤다. 피할 것 없이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다른 사람을 좇는 눈동자라도 상관없었다. 그윽한 짙은 파랑이 여름 같기도 가을 같기도 겨울 같기도 했다. 당최 봄은 오지 않는 건지. 눈을 접어 웃자 눈동자가 도망쳤다. 이번엔 네가 먼저 피했네. 옹졸한 말이 튀어나올까 입술에 힘을 줘야만 했다.


“안녕.”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이들은 여전히 어색하지만 그다지 거북해 보이지는 않았다. 오이카와가 팔짱을 끼고 빙글빙글 웃었다. 카게야마와의 접촉에 충격이 커 보였던 킨다이치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보면 카게야마의 실력은 누구에게나 구미가 당기는 일이긴 한 것 같았다. 그의 움직임 하나를 보기 위해 아오바죠사이 수뇌부가 전부 이곳 한 자리에 모였으니. 오이카와가 부푼 기대감을 안고 관중 앞에 한 발짝 다가갔다.


“이나리자키.”


소속을 밝히고 한 손을 들어올렸다. 밝게 켜졌던 불이 한 번에 꺼졌다. 그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고 카게야마가 강당 중심부로 걸어 나갔다. 동시에 눈이 어둠에 익숙해 질 틈도 없이 강당의 불 전부가 밝게 켜졌다.


“E 한 명. 상대는 A-3이다.”


다시 화악 불이 꺼졌다. 사람의 형체를 구분할 수 있을 만한 작은 불빛만이 초라하게 강당을 비추고 있을 뿐이었다. A-3이란 말에 강당 안이 술렁거렸다. 그들은 수뇌부 다음으로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유능하다지만 그런 그들과 혼자 맞붙는다는 건.


“오이카와. 적당한 애들 몇이라도 붙였어야지.”
“그냥.”
“손에 안 익었을까봐 그랬어?”
“아니.”


그냥, 자신있어서.
그 말은 꺼내놓곤 제일 먼저 감각을 공유하고 싶은 팀이 있을 테니까, 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오이카와가 빙그레 웃었다.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준비, 땅! 을 외칠 필요는 없었다. 천천히 서로를 물색하는 움직임이 잘 벼린 칼 같았다. 공격은 A-3 측이 먼저 행했다. 카게야마는 첫 공격으로부터 열 발자국 정도를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 공격이 들어와도 그것을 맞받아치지 않고 피하는 게 전부였다. 보통 이들이라면 그의 실력을 대충 어림잡고 이쯤에서 강한 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이카와가 평소에도 꽤 자신있게 내놓는 팀답게 신중한 태도를 내려놓지 않았다. 카게야마의 입꼬리가 스윽 올라갔다. 복면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겠지만. 카게야마가 마지막으로 내딛은 오른쪽 발에 힘을 주고 왼쪽 발을 앞으로 내딛었다. 이후 그에게서 뻗어나간 공격은 단 두 번, 느린 속도였다. 중앙으로 한 번, 위로 한 번. A-3 팀은 예상보다 느린 속도의 공격에 의문을 품은 듯했다. 그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반드시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머리가 복잡해 집중력이 사그라든 그 잠깐이 바로 카게야마가 그토록 노리던 시간이었다. 그가 나머지 한 발을 앞으로 내딛음과 동시에 빠르고 위협적인 공격이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오이카와는 오늘은 그저 그의 모습만을 보이고 싶었던 것 같았다. 연습용 죽도나 나무 막대 같은 것도 보이지 않은 걸 보면 말이다. 덕분에 감각이 몇 배로 예민해져야 할 순간이었다. 생각을 끝낸 순간 카게야마의 오른손이 방향을 살짝 비틀었다. 털썩. 그의 까딱인 고개와, M 한 명이 쓰러진 건 거의 같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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