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카게] 온 타오름달을 정오 글, 생일을 맞이한 사랑하는 요밋(@Y0MMM__)님께 생일 정말 축하해 *** 그맘때의 카게야마에게서는 술 냄새가 났다. 마시지 않던 것이었다. 그의 집에는 달력이 꼭 두 개씩 놓여 있다. 침대 바로 옆 벽, 시선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이다. 오른쪽은 팔랑팔랑 달에 따라 다음 장을 내어 주지만 왼쪽은 늘 몇 개의 달에만 시간이 멈춰 있다. 손때는 보통 오월 초부터 묻기 시작했다. 서늘한 향에 심장이 저릿해질 즈음이면 투명한 시트지를 산다. 기포 하나 없이 반듯하게 그것을 붙이고 나서야 급한 숨을 몰아쉬었다. 첫해, 매일 쓰다듬는 통에 보풀이 일어나고 글씨가 번진 종이를 울적한 눈으로 쳐다보다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댕그랑 댕그랑. 선물 받은 시계가 열두 시를 알렸다. ..
늦었다니 늦었다니ㅠㅠ 카게야마 토비오 생일 축하해! 하이큐 4기 확정도 같은 날에 나서 너무 행복해:) 늘 토비오의 행복을 바라. *** [오이카게] 꽃잠 단문 정오 글 “마마, 오늘은 반드시 꽃잠을 주무셔야 하옵니다.” 머리가 몇 번이나 잘리고 길었는지를 모른다. 가슴까지 왔던 욕조의 높이는 이제 허벅지에서 간당거리고 까치발을 들어야 보였던 창밖은 이제 무릎을 굽혀도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밤하늘 은하수같은 머리가 우수수 쏟아진다. “하지만 너무 무섭단 말입니다!” “저런 저런…… 마마. 말을 낮추시옵소서.” 머리를 정갈하게 땋아내린 소년의 눈에 두려움이 그득 담겼다. 평소라면 그 앞에서 꼬리를 내렸을 상궁들도 오늘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벌써 후궁의 직책에 오른 지 9년, 아직도 왕과의 잠..
[오이카게] 봄엔 잠을 잤다 정오 글 *** 가능하시다면 아래 음악을 bgm으로 깔고 봐 주세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 그 여름으로 *** 그냥……, 당신과 나는 너무너무 달랐습니다. 내가 좋아하던 돼지고기 카레를 당신은 한 번도 좋아한 적 없었고, 내가 좋아하던 추운 겨울날도 당신은 전혀 좋아하지 않았었죠. 우린 연애했지만 난 늘 당신에게 목말라 있었습니다. 용기내 꺼낸 사랑한단 말에 당신은 고갤 끄덕이는 게 다였고 쉽게 내게 큰 소릴 내곤 했었었죠. 도저히 못 참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내가 지긋지긋한 마음에 울며 걸어 나가도 붙잡지 않았으니까. 그러고 나면 다음날 꼭 전화가 왔었습니다. 받으면 집 앞으로 오라는 일방적인 당신의 말. 웃기지 않습니까, 병신 같았죠? 난 내 마음에 ..
[오이카게] 여름은 불면같이 정오 글 오이카와 토오루 생일 축하해! *** 불면의 밤은 늘 느닷없이 그를 찾아오곤 했다. 생산적인 일을 하기엔 그저 머리를 비워두고 싶은, 한없이 미적지근한 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 한 구석에 담아두고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그러고 나면 겨우 잠든 밤 내내 그것은 그를 뒤흔들고 다음 날 하루까지도 머리에 가득 차오르는 것이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푸석하다. 눈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띵한 머리를 베개에 묻었다. 가슴 한 구석이 욱씬거리는 걸로 봐선 불면에 떠오른 사람이 오늘 하루를 지배할 예정인 듯했다. 괜한 눈물이 끈적하게 관자놀이를 적셨다. 아무 날도 아닌 보통의 하루에 기억이 스몄..
-. 유치원에 다녀오면 가장 먼저 식탁으로 달려갔다. 다섯 살의 키에 비해 너무 높았던 식탁은 의자 위로 기어올라가야만 그 위를 볼 수 있었다. 그곳엔 주로 돈이 있었고, 때론 아주머니가 해놓고 간 차가운 밥이 있기도 했다. 눈물이 돌아 울먹거리며 먹는 밥은 짜고 외로웠다. 그는 언제나 혼자였다. 홀로 놀다 떨어져 다쳐도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고, 떼를 써볼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물쭈물 부모님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채 눈을 마주치자마자 포르르 볼을 붉혔던 어린아이에게, 어색하게 웃어주던 밤색 눈동자는 세상의 전부가 되고 말았다. 0. 아아, 장마다. 흙내가 눅눅하게 몸을 감싼다. 지구가 잠길까 생각이 들 정도로 거센 비가 내린다. 꼭 당신 눈동자 같은 비가, 끊임없이, 가실 줄을 모르고. *** ..
[킨쿠니] 초겨울의 축음기 정오 글 약간 짧아요. *** 쿠니미 아키라는 한여름에도 미지근한 물로 몸을 씻었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약간 뜨거운 물을 받아야 할 것이다. 오른손으로 온도를 맞추며 수도꼭지를 돌렸다. 겨울의 공기와 맞물려 수증기가 피어났다. 휘휘 고개를 젓는다. 덜 마른 머리에서 차가운 물방울이 튀었다. 그에 계절을 증명하듯 건조해진 손끝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를 올려다본다. 그는 마치 제가 한 게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창틀에 턱을 괴고 있었다. 시린 바람이 흑단같은 머리칼을 흐트린다. 다시 고개를 물에 집중했다. 플라스틱 통을 열어 마른 국화 세 송이를 물에 띄웠다. 노란 것이 두 개 보랏빛이 하나였다. 잘못 건들면 바스라질 듯 연약했던 국화가 화려하게 개화한다. 향이 코로 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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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토비오의 오는 요오망 할 때 오 정오 글 마요네즈(@soranokotach)님 생일 기념으로 써드린 글입니다.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 평소에 쓰던 글이랑 달라서 힘들었어요. 가볍게 봐 주세요ㅜㅜ *** “팀장님! 이거 보셨어요?” “뭘 말입니까?” 저를 부르는 소리에 남자가 둥근 안경을 벗었다. 안경다리에 자국이 난 코 옆을 검지로 꾹꾹 누르며 빠르게 내달리던 손을 멈춘다. 집중하고 있느라 주름이 잡혔던 미간이 천천히 매끈하게 풀린다. 남자가 대뜸 눈 앞으로 들이밀어진 핸드폰에 시선을 집중했다. 느리게 초점을 잡은 눈이 활자 하나하나를 읽기 시작한다. [정상급 아이돌 카게야마 토비오! 미지의 그룹 M군과 내일 있을 가요 시상식에서 댄스 예정 (중략) 카게야마가 여장을 하고…… (중략..
[마츠하나] 온 우주가 사랑에 빠지라 등떠밀고 있었다 정오 글 조금 짧아요. :) *** 다정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날의 마지막 당번은 하나마키였음에도 대신 체육관의 철문을 닫은 마츠카와가 양 손을 탈탈 털었다. 드르륵 무거운 문 두 짝이 마츠카와의 손에서 가볍게 입을 맞춘다. 하얀 반팔을 입은 등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하나마키가 달려가 오른팔로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구릿빛 피부 위로 올라온 땀들이 손끝에 감겼다. 놀랐잖아, 말하며 터지는 웃음이 청량하다. “고마워. 오늘 당번도 아닌데.” “고마우면 아이스크림.” 치즈 햄버그도 사줄 수 있어. 주머니에 들어있느라 구겨진 지폐를 흔들며 하나마키가 이를 드러냈다. 금세 커다란 손에 양 뺨이 눌리킨다. 자유로운 왼손으로 똑같이 그의 뺨을 누르러 가자 ..
[오이카게] 성장통 부제: 도라지 정과 정오 글 •성관계에 대한 언급 있습니다. 직접적인 묘사는 없습니다만 불편하신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 키타이치에서 오이카와가 맞이하는 마지막 합숙이었다. 밤에 잘 곳이 있으니 훈련은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오이카와는 부러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방으로 들어섰다. 늦게 도착하니 잠자리도 문에 가장 가까운 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작은 약 하나를 꺼내 뻐끈한 두 무릎에 두껍게 펴발라놓았다. 어릴 때부터 성장통이 많이 찾아왔던 그가 내놓은 묘책이었다. 운동 후 무릎이 아프다 싶으면 무조건 근육통 약을 바르고 다리를 높게 한 채로 잘 것. 졸린다. 눈이 감겨왔다. 점점 느려지는 눈의 깜빡임 사이로 눈동자가 보이다 안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