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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밤의 강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14


정오 글


***


- 카게야마랑 연결돼있던 M 누구야?!


삑삑. 머리 안에서 오이카와를 작동시키던 기계가 경고음을 울렸다. 안 돼. 안 돼. 다른 이들의 비명소리는 이제 그의 것이 되었다. 심장이 마구 퍼덕이고 눈앞으로 그가 사랑했던 사람이 필름처럼 스치기 시작했다.


- E가 죽었어! M은?
- 여기! 근데……


아수라장이다. 죽었다는 E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 카게야마와 연결됐다던 M은 발작인지 뭔지를 일으키다가 아마, 죽었을 것이다. 그 부분의 기억만이 듬성듬성했다. 카게야마가 ‘보던’ 인원의 수는 총 다섯. 다른 E들이 ‘보게’ 된 인원 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카게야마라는 이름에 굳어버린 머리는 녹슨 수도꼭지처럼 뻑뻑했다. 오이카와가 삐걱삐걱 눈을 깜빡거렸다.

이게 뭐야? 너는 죽었어?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해?


- 오이카와! 츠키시마랑 히나타 좀 부탁해!


충격이 큰 듯 보였던 히나타의 시야는 깔끔했다. 츠키시마는 머리를 잘 굴릴 줄 알았다. 오이카와가 팔을 들어올렸다. 그렇게 유능한 이들이었지만, 이번엔 세 번을 씹어야 했다. 상황은 익숙하지만 자꾸 넋이 빠졌다가 돌아오길 반복한다. 터걱. 이름도 못 외운 누군가의 시야가 암전됐다. 이 죽음엔 타격 하나 없다. 오이카와의 지시가 멍멍했다. 모든 게 무너져버린 느낌이었다. 죽고 싶었다.


- 카게야마가 우릴 배신한 겁니다!
- 너 이 새끼 할 말이 있고,
- 일부러 사람도 다섯만 ‘보고’, 생각해 보세요! 우리 계획을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센터가 안다고요?! 그건 E들만 아는 건데?!


—갑자기 들려온 외침이 무시하기에 너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센터의 행위는 망설임이 없었고 그들의 계획과도 전혀 어긋남이 없었다. 내부에 적이 있다는 추측은 거의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정황상, 그 적은 카게야마라는 게 분명했다.


- ……귀찮더라도 시신 체크해. 최대한 외워주면 더 좋고.


오이카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센터 요원이 그를 향해 던진 칼에 베여도, 미처 보지 못한 총알이 허벅지를 스쳐 지나가도 그는 꼭 아픔을 모르는 사람처럼 걸어 나가기만 했다. 그가 찾는 것은 하나였다. 흔한 듯 흔하지 않은 밤하늘색 머리카락, 같은 색의 눈동자. 시신의 머리와 얼굴을 살피는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머릿속을 터질 듯 메꾼 시야들에 어지러워져도 시신이 보일 때면 놓치지 않고 집중했다. 차라리 카게야마가 이곳에 없는 게 나았다. 정말 그가 배신을 했든 뭘 했든 사실 오이카와에겐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를 시신으로 만나지 않는 것. 그가 살아있는 것. 확신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땀방울이 흘러 눈이 따갑다. 눈물인지도 몰랐다. 꽤 강한 센터의 요원에게 어깨를 찔리면서 오이카와가 오른팔을 들어올렸다. 요원은 오이카와의 어깨를 찔렀던 팔에 그대로 가슴을 관통 당했다. 파리 목숨을 뺏는 것보다 덜한 죄책감이다. 다시 더 나아가려던 발이 센터 전체를 쟁쟁 울리는 스피커 소리에 그제야 잠시 멈췄다.


- A, 우시지마 와카토시. 센터 장을 생포했다.


정식으로 센터의 끝을…… 선언한다.

뺨을 타고 흐른 땀방울이 입술을 적셨다. 까칠한 입술 위를 혀로 훑으면 적나라한 피 맛이 났다. 오이카와가 다시 어딘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들쑥날쑥한 자상에 찰과상들로 가득한 몸은 그 하나 건사하기에도 무리인 듯 보였으나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보지 못했던 곳을 전부 눈으로 확인해야 멈출 참이었다. 조바심이 난 발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맨 아래부터 시작해 방 하나하나를 모두 훑었다. 폐는 터질 것 같고 눈은 빠질 것 같고 머리는 깨질 것 같았다. 뻐억! 마지막 계단의 문이 문과는 거리가 먼 소리를 내며 닫혔다. 휘청거리며 난간을 급히 붙잡은 오이카와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상처들이 쑤셨다. 고개가 털썩 떨어졌다. 피가 안 묻은 곳이 없는 얼굴이 눈물에 녹아내렸다. 그것이 얼마만큼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섞인 강줄기인지는 그에게 중요하지도, 어떤 감정을 심어주지도 않았다. 이곳 센터의 사람들은 그가 조의를 표할 만큼의 가치가 있지 않은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사실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도 못한 채 살았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죽이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다. 죽음이 지나치게 근접해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정말 쓰러질 것 같았다. 눈물이 적시고 지나간 얼굴이 퉁퉁 부어 쓰라렸다. 카게야마는 살았다. 그의 이름을 수식하던 수많은 단어들은 전부 제쳐놓고.


- 좋은 곳으로, 갔으, …….


뜸들이던 말이 결국 흐려졌다. 눈물이 이제야들 터져 나온 탓이었다. 몇 명 남지 않은 인원들이 저마다의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센터 건물을 바라봤다. 누군가 붙인 불에 건물은 활활 밤까지 밝힐 것처럼 불타올랐다. 시체 타는 냄새가 묘하게 코를 찔렀다. 소중한 동료들의 시체는 차마 회수할 방법이 없었다. 눈물을 쏟아내며 하늘로 그들을 놓아준다. 끔찍하게 아름다워 차마 아름답다는 표현을 쓸 수 없는 장면이었다. 뱀의 혀처럼 낼름거리며 건물을 타고 오르는 불은 센터 윗벽에 있는 글씨 바로 아래에 멈춰 철렁거렸다. 높고 견고한 건물의 외벽엔 「연구센터」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평생 모를 뻔했던 이름이었다. 그들은 실험체였다. 몰랐다. 알 수가 없었다. 가스라이팅(Gas Lighting). 그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단어를 알게된 건 이후의 일이었다.


***


“후에…… 는 어떻게 되셨습니까.”
“가진 밑천이 없어서, 뭐…….”
“말씀해주세요.”


도박장을 전전했다. 처음 하우스에 들어가 보니 도박할 돈이 없길래 사채를 썼다. 가진 게 없길래 신체 부위를 대가로 했다. 간, 각막, 신장, ……. 초반 몇 판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해 연달아 지고 말았다. 검은 돈에 더 많은 이자가 붙었다. 차분하게 기다렸으면 본전이라도 찾았을 걸, 깡패 무리에다 칼까지 들고 장기 내놓으라며 찾아온 사채업자 덕에 상황이 난감하게 돌아갔다. 날 잘 갈았네. 마지막까지 살려뒀던 사채업자의 관자놀이에 칼을 꽂으며 오이카와는 무심하게 말했다. 덩어리진 시체들은 금세 그 바닥에 싸움판이 크게 한 판 벌어진다는 곳에 적당히 섞어 놓았다. 인원은 포지션별로 나눠 하우스로 투입했다. 모두 다른 얼굴로 그곳을 휘저은 탓에 그들은 소문만 무성했을 뿐 실제로 정체를 들킨 적은 없었다.


“도박…… 말입니까.”


카게야마가 뜸을 들이며 말한 단어인 도박이 실제로는 납치고 협박이며 살인이었음은 오이카와가 모르려고 해도 모를 수 없는 것이었다. 쓴웃음이 맴돌다 사라진다. 할 말은 아직 더 남아 있었다.


“더 이상 도박장으로는 감당 못할 돈들이 쌓였었어.”


원래도 원체 똑똑한 아이들이 센터에 들어가 철저한 교육과 훈련으로 단련됐다. 가진 능력을 조금만 교묘히 이용하면 상대의 패를 꿰뚫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우선 적당히 비싼 상표의 옷 몇 벌을 구매했다. 이름 좀 들어봤다 싶은 카지노는 일반 하우스보다 좀 더 콧대가 높은 편이었다. 조급해하지 않고 끈기를 가져야 했다. 그러나 끈기만으로는 일이 빠르게 이루어지기 어려웠으므로 그들은 국내에서 처지가 어려워진다 싶으면 해외를 공략했다. 살기 위해 배운 외국어는 제법 괜찮게 사용됐다. 차곡차곡 뒷배를 불려 나가는 눈들에 서늘한 인광이 가득했다.


“그런데 이, 아. 아오바죠사이는…….”


뒷배를 실컷 불렸으면 명분으로는 앞배가 조금 필요한 법이다. 언젠가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센터의 잔재들과 그 너머의 또 다른 내막 해결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였고. 그들은 작은 조직 몇 개와 손을 잡았다. 조직들의 경영권을 키워 주는 대신 그 이름을 가졌다. 이름을 등에 업고 작은 조직의 일원인 척 카지노를 돌아 다녔다.

그들이 거기에서 완전한 조직 전체를 가져오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작은 것 두 개를 뭉쳐 중소 하나를 만들고 다시 중소 두 개를 뭉쳐 중간짜리 하나를 만들었다. 그때를 기다렸다. 이번엔 백화점이었다. 옷 몇 벌 가격이 웬만한 차 한 대 값쯤 되는 매장에서 가격표는 보지 않고 마구 옷들을 골라왔다. 이 정도라면 다른 비슷한 크기의 조직들이 물기에 충분한 정보였다.

싸움판에 뛰어드는 건 그들이 와해시킨 조직들이었다. 처음에야 주고 받기에 실력이 비등했었던 싸움은 싱겁게 끝이 났다. 심심하다며 끼어든 타나카와 후타쿠치 때문이었다. 오이카와가 혀를 쯧쯧 찼다. 이렇게 되면 그들을 본 인물들을 그냥 살려 보내줄 수가 없었다.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중짜 몇 개가 뭉치면 그게 곧 뒷세계에서의 대기업이었다. 여기 마무리 됐어. 감흥 없는 목소리를 내던 입술이 금세 말아올라갔다.

전 지역의 센터는 완전한 종말을 맞이했다.

조직 하나가 가지고 있던 튼튼하고 높은 건물은 임시 메인 건물이 되었다. 그 주변은 일반인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합동 결계를 여러 겹 둘러 놓았다. 그 다음은 상대적으로 순탄했다. 지역 전체를 관리하기 위해 그들이 각각 속해있던 반의 첫 알파벳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가장 강한 E를 기준으로 그것들은 하나의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대외적으로는 조그만 흥신소, 문을 열지 않은 빵집 등으로 위장하며, 지역 정경의 뒤를 봐주는 존재에 이르렀다. 목숨과 바꾼 권력은 견고했다. 카게야마가 있는 곳은 그중 A반에 있었던 이들이 만든 조직, 아오바죠사이였다.


“제가, 싫을 만 했네요. 혐오…… 스럽겠죠, 근데, 아…… 오이카와 상, 그…… 저는요. 몰, 몰랐습니다.”
“…….”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저는 정말, ……!”
“알아.”


오이카와는 차분했다. 카게야마의 격앙된 목소리가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입을 뻐끔뻐끔 움직였다. 말하고 싶은 물고기가 처음 공기를 마신 것 같았다. 그러나 물고기는 ‘물’고기였기에 공기만으로 언어를 구사할 수 없었다. 그의 둥근 밤에서 비가 내렸다. 손을 뻗어 비를 가려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비도 밤도 모두 그의 것이었다. 그가 그로 인해 상처받았다. 아파하는 그를 한가득 끌어안고 뺨을 가슴에 부비며 제가 여기 있노라 말하고 싶었다. 원한다면 눈물을 마시고 원한다면 고통을 대신 가져가고 싶었다. 그러나 오이카와는 지금 카게야마가 더 상처받기를 바랐다. 누군가는 이기적으로 욕할 수 있겠지만, 감히 누가?

그는 간신히 가장 사랑하는 밤에 머무르는 중이었다.


“……여기가 아픕니다.”
“미안. 미안해.”
“제가…… 제가…… 그 사람들을 전부…….”


죽였나 봐요.

카게야마가 심장 부근을 꾹꾹 눌렀다. 그걸로는 얹힌 게 채 삼켜지지 않는지 주먹으로 퍽퍽 때리기까지 했다. 친분과는 관계없이 함께 훈련하고 함께 실전에 투입됐던 이들이 그의 귀에 대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살려줘! 살려줘! 저만 있었더라면 살 수 있었을 수많은 사람들이 백골이 되어 팔을 뻗었다. 지금까지 먹어왔던 것들이 식도를 타고 역류했다. 카게야마가 화장실 문을 부서져라 열고 변기 앞에 주저앉았다. 이미 소화된 것들을 게워낼 듯 헛구역질을 하는 그를 보며 오이카와가 방문을 열었다. 비는 그의 눈동자에서도 내리고 있었다.


“마셔, 토비오.”


머그컵에 담긴 차는 약간 식어 있었다. 카게야마의 코가 컵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내 믿을 수 없다는 것처럼 눈이 여러번 깜빡여졌다. 얼어 있던 그리움의 바다는 폭포가 되어 쏟아지고 기억은 소금이 되어 그 아래에 녹아 버렸다. 아홉 살, 센터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기억이 사무치게 온몸을 적셨다. 토악질을 할 때면 조용히 자리를 뜨던 그의 어머니. 말 없이 컵을 들고 오시던 아버지. 산수유 차. 새큼 덜큼. 울대를 움직이며 마셔도 데이지 않을 정도의 온도. 전부 어릴 적의 제가 오이카와에게 신나게 조잘거렸던 말들이었다. 오이카와는 정말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헤어지자던 말이 무색할 만큼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 배가 뜨거워졌다. 아니 차가운 걸지도 몰랐다. 중요한 건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였다. 단정한 손가락들이 눈앞의 오이카와를 끌어당겼다. 손바닥의 감각으로 더 단단해진 몸이나 더 커진 뼈대 같은 것들이 모조리 느껴졌다. 변명하자면, 집중할 것이 필요했다. 더 아프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그건 변명에 불과했고 눈앞의 오이카와는 객관적으로 아름다웠다. 그게 뭐든.


“토비오 쨩?”
“…….”
“이거 뭔가 뽀뽀할 타이밍인 것 같은데. 오이카와 씨가 잘못 생각한 건가?”


대답 없이 아름다운 사람을 끌어당겼다. 코와 코가 맞닿고 입술과 입술이 겹쳐졌다. 오이카와의 입술은 피곤에 까끌거렸다. 익숙하게 마주치던 것이 오랜만이라 낯설었다. 느리게 맞붙어 느리게 떨어진 입술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뽀뽀 아닙니다.”
“응?”
“……키스.”


열이다. 몸이 불덩어리가 되어 정신이 모조리 사라진 것 같았다. 축축한 혓바닥이 까끌거리는 입술을 갈라 바싹 말라 있는 혀를 찾아 감는다. 뜨거운 체온과 달라붙는 단단한 몸. 손을 뻗어 조금 푸석한 머리를 손에 감아 보았다. 목을 쓰다듬으면 부드럽게 경련하는 몸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아프지 않을 만큼만 강하게 당겼다. 혓바닥은 말랑거렸고 소리는 질척거렸다. 오이카와가 카게야마의 귀를 막았다. 적나라한 소리가 더 크게 온 몸 안에서 공명했다. 이를 더듬는 혓바닥도, 탄식을 내뱉는 목구멍도 모두 혀로 쓰다듬고 싶었다. 용기가 날 것 같았다. 그라면 제가 하는 말을 모두 믿어줄 것 같았다. 세상의 아무도 그러지 않는대도, 그만큼은.


“보세요. 이미 보셨겠지만.”
“…….”
“저번에, 사실은 전부 말씀드린 게 아닙니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아무렇지 않게 혀로 훑었다. 그 모습에 다시 상체를 겹치려는 오이카와를 살짝 밀어내고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졌다. 오이카와의 상처와는 다른 모습의 상처들이 여기저기 존재하고 있었다. 살을 일그러뜨린 화상. 뾰족한 것에 찔린 듯한 흉터. 오이카와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다친 거라고 치부했던 제가 안일했다. 카게야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뭐든, 이제는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눈 뜨니까 암흑이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응.”
“아무 일도 없었다고, 저 그냥…… 다시 눈 뜨니까 겨울이었다고.”
“…….”
“사실은 고문당했었습니다. 지키는 사람이 한 명밖에 없던 날이 있어서, 운 좋게 나왔고요.”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평온하게 얘기하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시기는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그해 겨울이면 아오바죠사이라는 조직이 생기고, 다른 지역 센터에 있던 사람들과 하나의 망을 형성했을 무렵이었다. 궁금한 게 많았다. 그러나 그가 그 이상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기에 오이카와는 더 묻지 않기로 했다. 눈이 진득하게 그를 응시했다.

자. 이제 대답을 들을 차례였다. 악몽과 고통과 후회를 동반할 거대한 질문에 대한.


“……괜찮으시다면 여기 있겠습니다.”


빙그르르. 친절을 가장한 욕망이 호선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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