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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밤의 강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8
정오 글
***
*“해는.”
“떴습니다.”
무거워 보이는 검은 뿔테를 손가락으로 밀어 올린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빛이 바래 색을 잃은 듯했던 거리에 붉은 등이 하나씩 걸리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 안쪽에서 뻑뻑 피우던 담배가 손가락까지 타들어갈 즈음이었다. 남자는 별 말이 없었고 다만 살짝 머리를 기울였을 뿐이었다. 검은 셔츠를 팔랑거리자 씁쓸한 담배 내가 공기 중으로 날아오른다.
“킨다이치. 너도 하나?”
“안 피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얇게 깔린 긴장이 느껴졌다. 그것을 풀어주려고 하는 농담임을 눈치챈 그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원래 짜인 일정대로라면 하나마키가 마츠카와와 동행하는 게 맞았지만 그는 지금 급하게 생긴 일을 처리하러 다른 곳에 가 있을 터였다. 덕분에 난생 처음 와본 홍등가에 뻣뻣해진 킨다이치의 등을 마츠카와가 툭툭 두드렸다. 목적은 이 오묘하게 화려한 거리가 아니었다.
“점검만 하는 거야. 점검만.”
“요즘 북동이 좀 크다고 들었습니다.”
“금방 사그라든다. 빠릿빠릿해야지. 우리랑 손을 비비려면.”
아직 어스름이 드리운 4시 방향의 골목을 쳐다본 마츠카와가 입을 열었다. 거기가 거기인 듯 알아보기 힘든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는 구두의 끝이 매끈하다. 눈치 없이 그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려던 삐끼가 마담에게 입이 막혀 안쪽으로 끌려들어 갔다. 그 행위는 마이너스, 다시 플러스, 마치 제로섬 같았다. 허름한 간판들이 줄을 선다. 게 중엔 운영 유무조차 알 수 없는, 빈티지라는 이름으로도 포장할 수 없을 만한 가게들도 있다. 마츠카와는 몇 개의 가게 앞을 서성거리며 생각에 잠기더니 곧 곰팡이가 핀 나무 문을 열었다. 끼익. 듣기 싫은 소리와 함께 어두운 조명이 밝혀진 내부가 눈에 들어찼다.
“세이죠.”
조직의 이름을 부르면 정보에 그만한 가치의 돈이 붙는다. 아오바죠사이와 센터에 존재했던 다른 조직들이 뭉친 이상 감히 그를 넘어서는 패를 던질 만한 조직은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아, 아이쿠. 오셨습니까.”
“요즘은 뭐 어때.”
“정치판에서 좀 손을 뻗더라고요.”
조그만 USB 하나를 건네받았다. 마츠카와의 짙은 눈썹이 미간에 작은 주름을 만들었다. USB를 안쪽 주머니에 밀어 넣고 가게의 상품을 눈으로 훑으며 뭉그적거렸다.
“내 개인 돈을 더 보탠다면?”
“아유. 제가 어떻게……. 진짜 이번엔 그것뿐입니다.”
미련 없이 가게를 등진다. 시야에서 그곳이 사라질 때까지 킨다이치는 가게 안을 노려보듯 응시하고 있었다. “……총. 칼, 아니지…… 아닐 테고……” 혼잣말이 낮은 노래 같았다. 오래 봐온 얼굴이지만 그의 이런 섬뜩함은 여전히 낯설었다. 뒤를 따르던 킨다이치는 차에 오르고서야 그의 옆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빨리 아오바죠사이로 돌아가고 싶었다. 경계는 피곤했다. 그는 지금 이 거리를 걸어가고 이 차도를 운전하는 웬만한 사람들보다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힘은 되려 그의 머리 주위로 총구가 드리우는 이유가 되고 만다.
왜?
결론이 나지 않은 의문이었다.
“오이카와. 좀 보지?”
짤막한 목소리가 딱딱했다. 방문을 연 오이카와의 눈 앞에는 그가 가장 신뢰하는 친구들 셋이 서 있었다. “왜 여기까지 찾아왔어.” 말을 꺼내며 문을 닫았다.
“피 샀지?”
“…….”
“웨스트에서 나한테 뭘 숨기고 있었어. 굵직한 건 아냐. 세이죠 이름을 불렀을 때 별달리 반응하지도 않았고 이번에 넘겨줄 건은 정치가 유일하다고 했으니. 총, 칼. 아니야. 흔한 건 절대 아니겠지. 우리야 늘 그쪽이랑 그런 거래를 하고, 개인적으로 무기를 구매하는 게 별 일도 아니니까. 그래서 내 개인 돈을 보탤 테니 숨기고 있는 걸 말하라고 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아오바죠사이, 그리고 나. 나를 얹어도 함구할 만한 존재라면 오이카와. 그러나 네가 직접 웨스트에 가진 않았을 테니 이와이즈미. 최근에 네가 가장 이상했던 일이라면 역시 괴한을 죽였다는 소식. 나는 분명 아랫놈에게 낭자한 핏자욱을 닦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 과연 그게 아니었다면?”
감고 있던 눈이 뜨였다. 그의 사고에는 미세한 오류도 비약도 없었다. 귀신처럼 답을 이끌어내는 모습이 지금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마츠카와의 냉랭한 눈동자가 오이카와를 꿰뚫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 옆자리에 서 있던 하나마키는 꽤나 놀란 표정이었고 이와이즈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더 이상 오이카와의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였다.
“감췄지.”
마츠카와의 물음은 끝이 내려가 있었다. 그는 이미 그의 추정을 확신했다.
“……내가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오이카와. 네가 그 정도까지 할 인간이 딱 하나 생각이 나거든? 그런데 그러면…… 말이 안 되잖아. 분명히 죽었을 텐데. 아니, 죽어야만 하는데.”
“……?! 오이카와 너 이 자식, 설마. 그게…….”
차례대로 하나마키와 이와이즈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이카와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애석하게도 오이카와는 오랜 친구들의 말에 부정의 대답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츠카와가 한 걸음 그에게로 다가섰다. 오이카와를 무시하고 문을 열려는데, 오이카와의 오른팔이 우뚝 그를 저지한다.
“미안해. 맛층. 그런데 이 안으로는 못 들어가.”
“……뭐?”
“네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하지만 토비오는 내게 칼을 겨누지 않…….”
“죽은 줄 알았던 게 돌아왔네.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도 없으면서.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오이카와. 듣고 싶은데. ‘그때’ 걘 뭘 하고 있었는지. 마츠카와의 목소리가 냉랭하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의 앞에 있는 선택지가 명료하고도 무겁다. 날선 시선에 더 반박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이카와가 고개를 떨궜다. 신뢰를 가진 건, 저뿐이었다. 카게야마는 안전하다. 이 명제는 카게야마가 오래 전 어린애였을 때나 완벽히 성립할 수 있었겠지. 안다. 부정하고 싶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아는데,
토비오. 너는?
*
“……갈게요.”
덜 마른 머리를 대충 수건에 문대며 카게야마는 짤막한 말을 내뱉었다. 두꺼운 문과 벽 사이로도 그들이 나누던 말소리기 무리 없이 흘러들었다. 마츠카와의 판단은 현명하고 그의 분노는 당연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좀 더 경계해야 했었다. 헤어진, 끝이 너덜너덜하게 변해 버린 연인. 그 외에 카게야마가 오이카와에게 더 큰 의미를 가질 만한 게 있었나.
“고마워.”
결정은 완벽한 사고 회로를 거쳐서, 역설적이지만 아주 충동적으로 만들어졌다. 우선 그는 나카무라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오이카와가 전해주는 것으로 그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그는 아직은 아오바죠사이에 머무를 수 있어야만 한다. 당연히, 마츠카와의 손에 죽지 않는 편이 더 좋고.
그럼에도 그가 원치 않는다고 한다면 안 간다 말해도 별 관계는 없을 것이다. 오이카와는 그를 사랑하고, 어떤 방법으로든 그를 감쌀 것이 분명했다. 카게야마가 가겠다고 결정한 것은 제 안위보다는 오히려 얼기설기 엉킨 찝찝함에 있었다. ‘그때’ 카게야마가 그곳을 떠난 정도의 일치곤 그들은 과하게 분노하고 있었다: 대체 왜?
“진짜 살아있었네.”
“제가 어디까지의 이야기를 해 드리면 됩니까?”
“잘 알지 않나?”
마츠카와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카게야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전 다정하고 친근했던 눈동자는 이제 적대감만을 담고 있었다. 고민하다 열린 입술은 모든 일의 전초가 되었던 이야기를 담담히 읊조렸다.
“감금당했습니다. 저.”
눈을 떠도 어둠만이 가득했기에 그는 꿈을 꾸는 거라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뜨는 시야엔 어떤 색깔의 차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꿈이 너무 길어진다고 생각할 즈음에서야 현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배가 고팠고 목이 말랐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바닥은 찼다. 기본적인 난방과 거리가 먼 걸로 보아 그리 좋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분명했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자 꿈이라고 생각했던 촉각들이 우뚝 와 닿았다. 쇠사슬이 절그렁거렸다. 수갑이었다면 힘 한 번에 끊어낼 수 있었을 텐데. 팔에 힘을 줘 보던 그가 체념한 채 긴 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이렇게 있었던 건지는 모르나 몸엔 아주 미약한 힘조차 붙어있지 않았다. 그렇게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죽음은 늘 멀리 있지 않았기에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끈적이는 눈물을 마른침과 함께 삼켰다. 젠장. 막상 죽음을 생각하니 삶이 그리웠다.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자 심장은 두 배로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마치 아직은 살아있다고 그를 위로라도 하는 것처럼.
문이 있었다는 건 그가 두 번쯤 더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눈곱에 뻑뻑한 눈을 겨우 뜨자 두려울 정도의 빛이 쏟아져내린다. 황급히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강한 빛을 쏘이게 되면 실명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낮인가. 그는 처음으로 어둠에 호의를 갖게 되었다. 빛이란 어둠에서 한 발짝 걸어 나갔을 때 눈을 멀게 하지만, 어둠이란 빛에서 한 발짝 걸어 들어갔을 때에도 눈을 멀게 하지 않기 때문에.
- 얼마나 됐지.
-사흘 정도 지났습니다.
눈은 금세 빛을 되찾았다. 빛 무더기가 쏟아지는 그곳의 중심엔 한 남자가 보였다. 어투로 보아 뒤로 몇 명의 사람들이 더 있을 것이 분명했다. 넘실거리는 막이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었기에 그는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없었다.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보자 눈알이 얼얼했다. 힘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 카게야마 토비오. 맞나?
- …….
- 나는 정부에서 왔어. 너를 데리고 갈까 생각 중인데.
- …….
대답은 신중해야 했다. 남자는 그다지 긍정적인 대답을 들을 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바로 말을 잇는다.
- 나카무라가 우리와 함께 있다면 이쪽으로 올 건가?
- ……아니요.
그가 그럴 리 없을 테니. 굳건한 신뢰엔 남자의 유혹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남자는 더 이상 그를 떠보지 않고 별 말없이 그곳을 걸어 나갔다. 기다렸다는 듯 문이 닫히고 어둠이 천천히 빛을 집어삼켰다.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고 어둠의 크기도 그대로였다.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배가 고플 시간을 맞춰 들어오는 음식이 있다는 것. 그것의 온도는 늘 따뜻할 정도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 정도라면 그에게 날 약간의 데인 상처조차 두려워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카게야마가 힘없이 늘어지는 팔을 다른 팔로 부축하며 눈앞의 음식을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어떤 일이 있는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는 건 전혀 없었지만 적어도 그들이 그를 죽일 생각이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들어오는 음식은 접시가 매끈해질 정도로 긁어먹었다. 그들이 그를 죽이지 않는다면, 그는 살아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풀려나게 됐습니다. 제가 왜 가둬져 있었는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반쯤 찢긴 반팔 사이로 스미는 바람이 매서웠다. 내쉬는 숨은 희게 흩어졌다. 추웠고, 그제야 겨울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네가 고문받지 않았다고?”
마츠카와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끌어올렸다. 신경질적으로 발을 까딱거리고 있는 오이카와와 눈이 마주친다. 깜-빡. 감았다 뜨이는 눈의 시간이 길었다. 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왼손 굳은살을 뜯던 하나마키의 행동이 멈췄다. 며칠 내내 쏟아지던 일거리에 잠을 못 자 자주 깜빡거리는 이와이즈미의 눈도 시간이 멈춘 듯 순간 멎는다. 제대로 알아챌 수조차 없는 빠른 움직임은 오랜 유대와 연습의 결과였다. 카게야마가 뚫어져라 마츠카와의 입을 바라본다. 그는 대상에 집중하지 않은 이상 일상적인 눈치는 없는 편이다. 무덤덤하게 그를 살피던 오이카와의 눈동자에 짧게 그와 연결된 이들의 빛깔이 비친다. 다시 돌아보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다.
말하지 마.
명령처럼 꽂힌 음성은 절대적이었다. 그들은 그가 무리한 능력까지 써가며 던진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상대의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연결한 시야. 단 한 마디로 전해지는 말. 들을 수밖에 없는 행동이었다.
“우리는 네가 도망쳤다고 생각했어.”
“아.”
“잡혔었다니, 뭐라 할 말이 없네.”
오해를 풀었다는 투의 말 치고 여전히 가시가 돋아 있는 목소리였다. 오이카와가 이마 아래로 배어 나온 땀을 쓱 닦았다. 카게야마가 그에게 좀 더 집중을 하고 있었다면 충분히 말과 행동 사이의 괴리를 느낄 만도 했다. 그러나 그는 상황상 더 많은 물음을 던지지 못할 테였다. 자칫하면 그의 생존과 정보가 위협당할 수 있는 상황. 그의 선택지는 단연코 하나였다.
“오이카와 상에겐 아무 감정도 없습니다. 위협이 되는 일은 하지 않을게요.”
“…….”
머리가 아픈 듯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마츠카와의 곁에서 하나마키가 가보라는 듯 손을 저었다. 오이카와는 지금 카게야마를 위해 그가 넘어서야 하는 수많은 장애물들 중 첫 번째를 넘어섰다. 예상보다 이르지만 나쁘지 읺은 결말이다. 앞서서 그의 방으로 걸어 들어가는 푸른 뒤통수를 오래오래 쳐다보았다. 눈을 감으면 아른거리고 눈을 뜨면 쓰다듬고 싶었다. 언젠가 카게야마가 원하면 그를 놓아주겠다던 다짐이 떠올랐다. 쉽게 그에게 자유를 선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가 제 곁에 있으니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검은 바다같은 존재와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다. 못된 마음이 일렁거리며 그를 감쌌다. 오이카와는 아마도 최선을 다해 카게야마를 붙잡을 것이다. 치솟는 소유욕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못한 사랑이 그의 두뇌를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가슴이 뜨끈하고 뻑적하다.
그의 행동은 정말 카게야마를 위한 것일까.
“오이카와 상.”
“응. 토비오.”
“제가 떠난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카게야마가 앉자 잠깐 요동친 매트리스에 시선을 고정했다. 오이카와는 자동적으로 ‘그 날’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저릿거리는 왼팔을 등 뒤로 감췄다. 언젠가 그도 그 일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서서히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를 집어삼킬 작정이었다. 자책의 미소가 입꼬리에 실렸다.
“토비오, 나는 네가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
“왜…… 아무 말이 없어?”
“말해주지 않으실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카게야마가 오른쪽 입술을 비틀었다. 오이카와는 여전히 이기적이고, 두려움에 젖어 있었다.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그의 이기심과 두려움이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는 이미 피부로 충분히 와 닿고 있었다. 눈동자를 굴려 그와 눈을 맞췄다. 겁이 많은 사람. 예상보다 일이 어긋나게 진행된 것은 오이카와 하나만이 아니었다. 연인을 찾아 달리던 발이 아주 슬쩍, 느려졌다.
***
*해가 뜨다: 아오바죠사이의 은어로, ‘불이 켜졌다’는 뜻. 여기서는 웨스트의 문이 열렸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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