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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밤의 강에는 그림자가 지지 않는다 3
정오 글
***
흐린 날의 좋은 점이 있다면 해를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려 본 적은 없지만 누군가 해를 그리라고 종이를 준다면 아무것도 그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해는 희다. 실제 해가 어디에서 어떻게 얼마만큼 불타오르든 제 눈에 보이는 해가 희다면 그것은 흰 것이다. 오이카와가 하늘과 얼굴을 마주 본 채로 눈을 감았다. 덮인 눈꺼풀은 완벽한 암막을 만들지 못한다. 어스름한 검푸름과 그 사이 빛을 뿜어내는 태양이 아른거렸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검고 푸른 것이라면 꼬리를 물고 떠오르던 건 밤이라거나 제가 만들어낸 칼이 다였다. 그런데 근래 들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달라졌다. 아직은 키 차이가 많이 나는지 눈을 깔면 보이던 둥근 가마. 시린 짙푸름을 담고서 빛 아래 화관처럼 반짝거리던 결 좋은 머리카락. 동선을 따라 찰랑거리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자꾸만 그리로 가는 손이 낯설어 머쓱하게 뒤돌아섰던 순간들. 미워할 만도 한 재능 덩어리에 말을 골라하는 재주도 없는 존재. 어떻게 보면 그와는 완벽히 반대인 족속이었음에도 왜 이렇게 끊임없이 머리를 휘젓고 다니는 것인지.
오이카와는 자라나고 있었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정의 내리고 싶었다. 답답했다. 기억의 처음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다. 친한 이들에게 물어보지만 그들도 그처럼 처음부터 이곳에 있던 존재들이기에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한다. 머리를 긁적였다. 반이 재배정되었다. 꿈을 위한 마지막 발판이 될 것이다. 심장이 귀로 들릴 정도로 크게 요동쳤다. 고된 훈련의 순간마다 바라 왔던 날이지만 우습게도 집중이 분산된다. 머리 어딘가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벌레처럼 동그란 푸른 머리통이 어른거린다. 콧잔등을 긁었다. 같은 반에 배정된 이들은 그를 포함해 이백 명 정도. 눈을 아무리 굴려 보아도 작고 무뚝뚝한 생명체는 보이지 않는다. 다행인지 아닌지 가늠할 길이 없다.
- 아, 오이카와상.
- 토비오.
하루 온종일 그의 혼을 쏙 빼놓았던 당사자가 샤워실 문 뒤편에서 고개를 쑥 내밀었다.
- 마침 말씀드리려고 했었는데.
- 뭐를?
- 가르쳐 주세요. 형상화 하는 법.
이제는 형상화라니. 헛웃음이 터졌다. 평소처럼 말을 끊어내려 입을 열다 다시 급하게 다물었다. 뒷짐을 지고 서 있던 카게야마를 끌고 사람이 잘 없는 11층으로 올라간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구강당이 있는 곳이다. 꽉 붙잡은 카게야마 왼팔 손목의 핏줄로 힘차게 피가 꿀렁거렸다. 그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부터 사람들은 이것을 맥박이라고 불렀다. 그렇다면 지금 제가 가진 감정은 뭐라고 불러왔을까 고민하며 강당 문을 열었다. 오래 사용하지 않아 삐걱거리는 문 사이로 먼지들이 별처럼 빛난다. 땅으로 가라앉기까지 잠깐 기다린 뒤 강당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복도의 빛이 겨우겨우 새들게 해주던 문도 닫아 버린다. 완전히 암흑으로 변한 강당 안 카게야마가 “여기서 가르쳐 주실 겁니까?” 뚱한 목소리를 낸다.
- 토비오쨩. 오이카와씨가 궁금한 게 조금 있어서.
- 뭔데요?
- 너는 아홉 살이 될 때까지 밖에서 살았다고 했지?
- 네.
오래전이겠지만, 그…… 책 같은 것도 읽었을 테고, 부모님과도 많은 시간을 보냈겠지. 추측이 짙은 목소리가 잔잔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런 오이카와를 알 리 없는 카게야마는 단조롭게 “네.” 대답을 한다.
- 하루 내내 생각이 나. 보고 싶기도 하고. 근데 막상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지고 막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야. 이걸 통칭할 수 있는 단어가 있어?
- 어…….
- 부모님을 볼 때 이런 기분이 들어?
음…… 잠깐 고민한 카게야마가 입을 열었다. 부모님이 하루 종일 생각나지는 않는데요. 일단 그런 건 ‘좋아한다’라고 표현해요, 보통. 저도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본 게 다라서. 물론 부모님도 좋아하는 건 맞지만…….
- 부모님을 좋아한다는 거랑 방금 내가 한 말이랑 무슨 차이가 있지? 같은 말이잖아.
- 가족을 보면 웃음이 나고 행복하지만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매일 생각나지는 않잖아요? 만나서 굳이 정신이 없어질 필요도 없고요.
끙끙 머리를 쥐어짜 내서 답을 내놓는다. 오이카와가 눈을 깜빡거렸다. 머릿속으로 ‘가족 여기 있네.’ 말하던 하나마키가 스치고 지나간다. 이후에 이와이즈미와 마츠카와의 얼굴도 스치더니만 연달아 카게야마의 얼굴이 스친다. 그의 얼굴이 스치자마자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 토비오. 나 이제 알았다.
- ……?
- 좋아해.
뭐를요? 눈치 없는 대답이 들리고 오이카와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좋아해.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어지럽게 만들었던 모든 감정들을 집약시켜 단 세 글자로 표현할 수 있다니. 어둠을 더듬어 이제 소년이라 부르는 게 더 어울릴 이의 뺨을 움켜쥐었다. 물기가 말라 건조한 피부가 차가웠다.
- 내가 토비오를 좋아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혀끝으로 말을 휘저었다. 음성이 되어 튀어나간 마음이 카게야마를 살포시 감싼다. 카게야마가 아무런 답 없이 잠잠하다.
- ……저 싫어하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 맞아. 완—전 싫어.
- 놀리세요?
- 근데 좋아해.
- 진짜 이해할 수가 없네요 오이카와상은.
불퉁한 말투다. 짜증이 약간 섞인 것 같기도 했다.
- 저기 토비오쨩? 거절은 좀 더 고민해보고 해주지 않을래?
- 누가 거절한다고 했습니까?!
오이카와가 바락 성질을 내는 카게야마를 끌어안았다. 조그마했던 아이는 이제는 처음 만났을 때의 저보다도 더 자라 있었다. 멋진 히어로가 되어 세상에 나간다면, 그와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더 많은 단어로 감정을 표현해주고 싶었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몸이 찌르르 전율한다. 어색한 듯 등허리를 헤매던 손이 마주 등을 안았다. 빙글빙글 행복이 스민 미소를 짓는다.
- 근데 형상화는요?
- 평생 안 알려 줄 건데.
- 성격 정말……!
카게야마와 강당을 빠져나왔다. 강당 문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닫히고, 안의 먼지도 금세 두 사람 분의 발자국을 덮을 것이다. 그동안 다 마른 카게야마의 머리 끄트머리를 슬며시 손으로 문지르다 결국 머리 전체를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부드러웠다. 피실피실 오이카와의 입술을 타고 자꾸만 웃음이 흐른다. 이 상황이 너무 달아서 혀가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 안녕 토비오.
- 안녕하세요.
사람으로 복작거리는 식당에서 아무 일도 없는 듯 인사를 했다. 지나가며 스치는 손등을 오이카와가 슬쩍 잡았다가 놓아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귀 끝이 조금 붉어지다 금세 제자리를 찾았다. 손은 떨어진 지 오래인데 지나간 온기는 차곡차곡 열기를 덧댄다. 방금 놓았던 손을 다시 잡고 싶었다. 아주 오래 잡지 못한 것처럼 그리웠다. 간지러운 가슴팍을 주먹으로 슬쩍 누른다. 감정에 휘말린 머리는 식당을 빠져나가는 검푸른 머리를 아무렇지 않은 척 뒤돌아 훔쳐보고서야 차오르는 만족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비밀. 그리고 연애. 따로만 있어도 거대한 단어들은 두 개를 합치면 차지하는 크기가 배가 되는 것 같았다. 살금살금 봄바람이 불어오는 표정을 억지로 감춘다. 오이카와와 카게야마는 둘의 관계를 비밀로 부치기로 했다. 남들에게 입에서 입으로 이야깃거리가 되는 게 싫었다. 물론 이와이즈미와 마츠카와, 하나마키에게는 이미 들켜 버렸지만, 그들이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전할 사람들은 아니라는 걸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일상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때로 너무 평탄해서 무료할 정도로.
- 좋냐?
- 흐응, 완전.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오이카와가 상의를 벗었다. 앞 시간에 두 명씩 짝지어 공격과 방어 연습을 했더니 몸이 땀으로 물들었다. 으흐으, 이상한 신음과 함께 락커의 문을 연다. 미리 넣어놓은 스포츠 타월을 꺼내 목에 걸치고 미끈거리는 상체 위로 손바람을 부쳤다. 갈아입을 옷을 들고 락커를 닫으려는데 끼긱거리며 잘 닫히지 않는다. 오이카와가 짜증 섞인 손짓으로 접합부를 쾅쾅 두드렸다. 평소에 경첩 부분이 약해서 흔들거리더니만 아예 내려앉은 모양이었다. 원래대로 맞추기가 힘들었다. 점점 더 세지는 힘에 결국 경첩을 고정하던 나사가 또르륵 바닥으로 떨어진다.
- 아, 빨리 씻으러 가고 싶은데!
그가 땅에 떨어진 나사를 줍기 위해 쪼그려 앉자 후들거리던 다리가 삐끗하며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런 그를 보며 웃느라 정신없는 이와이즈미를 째릿 노려보고선 나사를 집어 들었다. 이왕 앉아버린 거 아래에서 끼울까 하며 락커 문을 올려다보던 오이카와의 행동이 멈칫 정지한다.
- 언제 제일 행복하냐?
- ……초콜릿 도넛 먹을 때.
엉? 생뚱맞은 대답을 하는 오이카와에 이와이즈미가 눈썹을 올렸다.
- 아니, 멍청아. 내 말은 그게 아니고,
- 그거였어? 나 형상화 할 때.
카게야마와의 연애가 어떻냐고 다시 물으려던 이와이즈미의 입술이 다물린다. 오이카와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눈치 빠른 제 친구가 질문의 의도 하나도 몰라봤을 리 없었다.
- 그럴 줄 알았다. E라는 놈이…….
- 그게 나만의 차별화된 방식이라니까?
같잖네. 오이카와의 머리를 옆으로 밀었다. 오이카와는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를 쳐다봤다. 조그만 나사를 제자리에 끼우는 손이 평소와 달리 굼떴다. 오이카와가 다시 문을 몇 번 내리친다. 원래 위치로 돌아온 문은 약간의 뻑뻑함은 있었으나 무리 없이 잘 닫혔다. 자, 자. 씻으러 가자. 샤워실로 가는 복도에서 별다를 것 없다는 투로 떠드는 오이카와의 말에 영양가라곤 하나도 없었다.
- 오이카와.
- 응?
- 나 비누 좀.
아무도 없는 샤워실에 물기 젖은 발소리가 울린다. 오이카와에게 아까 무슨 일 있었냐고 물으려던 이와이즈미가 입술 위로 검지를 올리는 그에 자연스럽게 말을 돌린다.
- 기다려봐 이와쨩. 오늘은 모처럼 아무도 없는데 어디서 씻을지 선택해보자.
이와이즈미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샤워실을 걸어 다닌다. 오이카와는 뭔가를 찾기라도 하듯 샤워 시설을 꼼꼼하게 뜯어보고 있었다. 평소에 물기가 잘 들어갈 일이 없던 가쪽 수채 구멍은 구멍의 안까지 눈으로 훑어간다. 자리를 찾는 척 환풍구에도 눈을 돌리고 심지어는 까치발을 들고 샤워기 윗부분까지 유심히 살폈다. 한 바퀴를 빙 돌아 다시 이와이즈미 곁으로 다가온 오이카와가 딱딱한 낯으로 웃음 섞인 말을 건넨다.
- 역시 여기가 제일 좋네.
샤워기를 틀었다. 샴푸를 쭉 짠다. 그러나 머리에 바르지 않고 샤워 폼에 묻혀 비비기 시작한다.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는 이와이즈미 것에도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흥얼거리며 마치 머리를 감듯 폼을 누른 오이카와가 이내 그것을 샤워기 아래에 갖다 댄다. 머리의 거품을 헹굴 때와 비슷한 소리가 났다. 오이카와는 그제야 이와이즈미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손은 여전히 샤워기 아래에 두고 귀에 입술을 밀착시킨다.
- 락커 아래에 스피커 같은 게 있었어.
- ……!
- 도청기야. 본 적 있어.
- 누가 장난쳤을 리는……
- 없어. 여기도 환풍구 안쪽에 교묘하게 붙어 있었고, 애초에 그런 도청기를 우리 주변에 누가 가지고 있을 수 있겠어?
할 말은 그게 끝이었는지 입술이 멀어진다. 어지럽다. 누가 머리를 세게 때린 것 같았다. 이와이즈미가 떨리는 목소리를 조그맣게 내놓는다.
대체 왜…….
- 린스도 해. 머리 요즘 거칠더라.
내민 것은 샴푸였다. 굳은 얼굴의 이와이즈미가 그제야 샴푸를 머리에 비빈다. 오이카와가 구태여 말을 덧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행동에 어색함이 없도록 하되 말을 조심해야겠다. 혼란스럽다. ‘왜?’ 이것이 머릿속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질문이었다. 이 센터 내의 관리자들은 친절하고 다정하다. 그는 그들을 완벽히 신뢰하고 있었고, 다른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충격으로 몸이 떨렸다. 그들에게서 한 번도 이야기가 녹음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없었다. 중심을 잡기 위해 왼발을 바닥에 꾹 눌렀다.
그들은 감시당하고 있었다.
- 얼굴 폈네, 폈어. 그렇게 좋아?
오이카와가 가늘게 실눈을 떴다. 갈색 머리에 각진 안경을 낀 남자가 어색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마나베.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같은 반이라 아는 얼굴이었다. M이었나.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당연하지. 여길 나가게 된다면 마루미와 결혼할 거야.
- 걔가 결혼해준대?
- 아직 말 안 했어!
신경을 돌렸다. 사귀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미 소식은 시끌벅적 잔뜩 퍼져나간 듯 보였다. 저는 어쩌면 생기지도 않은 일로 괜한 걱정을 하는 걸지도 몰랐고 과하게 예민한 걸 수도 있었다. 오이카와가 주먹을 쥔 채 자리를 옮겼다. 뭐라고 하든 일단 조심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그가 보았던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여기저기 조심하라는 말을 하긴 뭣하다. 게다가 자칫하면 불똥이 제게 튈 가능성도 있었고. 맞지 않기를 바라는 묘한 불안감이 가슴을 파고든다.
- 오이카와상. 저 형상화 한 번만 보여주세요.
- 안 가르쳐 준다니까.
- 보여 주시는 건 괜찮잖아요.
늦은 밤까지 연습을 거듭하던 오이카와 위로 그림자가 진다. 그게 누군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지친 얼굴에도 어쩔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 토비오쨩, 소등 얼마나 남았지?
- 넉넉잡아 5분이요.
그래. 짤막한 대답을 하고서 강당 안을 훑어보았다. 강당은 보통 훈련 목적으로 사용되기에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는다. 혹여나 비껴간 능력에 부서질 일이 허다할 것임이 명백하기도 했고. 오이카와는 그와 비슷하게 도청기도 굳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걸 내심 확신했다. 그러나 크게 드러나는 카메라에 비해 도청기는 아주 작았고, 맘먹고 숨긴다면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얼마간 오이카와는 연습하는 내내 강당을 꼼꼼히 뜯어보며 안전지대를 확보해야만 했다.
- 역시 없네.
- 네?
- 토비오쨩. 오이카와씨가 할 말이 있는데.
물음을 띄운 얼굴에 고개를 바싹 붙였다. 시원한 샴푸 냄새와 달착지근한 비누 향이 오묘하게 섞여 풍긴다.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숨소리마냥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도청기를 봤어. 여긴 없는 것 같지만 샤워실에도 탈의실에도 부착돼 있었어.
- ……!
- 여기 아무래도 우릴 감시하는 것 같아. 늘 조심해야 해.
푸른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놀랐는지 흔들리고 있었다. 아린 감정이 잔뜩 피어오른다. 카게야마가 먼저 팔을 뻗어 오이카와를 안아왔다. 어긋나게 느껴지는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막연한 두려움과 무서움. 오래 또는 평생을 보아온 세계를 통째로 부정당하는 느낌.
- 걱정 마세요.
- ……그래.
- 제가 지켜 드릴게요.
나지막한 목소리는 서툰 위로를 담았다. 카게야마는 크게 놀랐음에 분명한데도 저를 먼저 생각해주고 있었다. 오이카와가 팔에 힘을 주었다. 품에 안긴 뼈와 살이 따듯하다. 살아 있었다.
- 토비오.
- 응?
- 내 이름 한 번만 불러봐.
그럼 나는 오직 너만을 위해 무엇이든 지킬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오이카와가 어느새 내린 어둠 아래에서 카게야마의 코와 제 코를 살며시 비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그의 눈동자만은 반짝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우주의 빛깔이다. 형용할 수 없는. 그와 비슷한 것을 수만 개 가져다 보인 대도 딱 하나를 골라낼 수 있으리라고 단언한다.
- 토오루.
- 응, 응.
- 뽀뽀하고 싶어요.
그는 늘 감정에 숨김이 없었고 늘 솔직했다. 뽀뽀는 카게야마에게서 두 번째로 배운 단어였다. 오이카와가 벅찬 마음을 담아 천천히 카게야마와 입술을 부빈다. 태양은 가까이 있었다. 그는 그의 흰 것이자 하얀 태양이었다. 후에 알게 된 것으로 표현하자면 마치 바닷가의 모래성 같았다. 한 번 파도가 들이닥치면 막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는 쓸려나가는 모래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소금물에 폐를 적셨다. 달다. 카게야마와 함께한 모든 순간들은 그 사이에서도 달았다. 괜찮다. 버틸 수 있었다. 무모하다고, 언젠가의 오이카와가 그것을 그렇게 평가하든 어떻든 지금의 오이카와는 반드시 마음먹은 일을 이루고야 말 것이었기에.
가볍게 닿은 입술은 결국 카게야마의 치약 맛을 혀로 훑고서야 진득한 은사를 매달고 떨어질 수 있었다.
***
새 이야기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과거를 회상하는 중이에요:)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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